더로우, 보테가 베네타, 로로피아나….
이들 럭셔리 브랜드의 공통점은 바로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라는 점이다. 샤넬, 루이비통 등과 달리 브랜드 로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높은 품질의 원단으로 '알 만한 사람들만 아는' 럭셔리를 일컫는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로고플레이는 촌스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같은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도 그 중에 하나다. 1978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만든 이 브랜드의 별명은 '캐시미어의 제왕'. 몽골 등에서 나는 최고급 캐시미어를 사용해 다른 브랜드는 따라하기 힘든 부드러운 촉감을 내세웠다. 가격대도 그만큼 높다. 니트는 180만원, 가디건은 300만원이다. 코트 등 아우터는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만만찮은 가격대지만, 국내에서도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백화점 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 급증한 26억원으로 집계됐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등 거부들이 즐겨입는 브랜드란 점이 퍼진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한국 명품의 심장'인 청담동에 최근 지상 5층, 총 1723㎡(521평) 규모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것도 그래서다.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VIP 고객을 제대로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우선 건물 외관 전면부엔 로마 건축의 상징인 아치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2014년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고대 아치 '에트루리아 문'을 복원하는 데 기여했는데, 이번 매장의 디자인에도 이같은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 건물 외부는 고대 로마 시대에 아이의 탄생을 기념할 때 심는 사이프러스 상록수로 장식했고, 파사드 유리창도 이탈리아 중세 공장의 목조 지붕에서 영감을 받았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시즌 대표 컬렉션뿐 아니라 액세서리, 향수, 키즈 컬렉션, 인테리어 제품 등을 아우른다. 일반 백화점 매장에선 접할 수 없는 VIP 서비스도 있다. 5층 VIP 전용 라운지에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국내 수입·유통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트렌드의 중심지인 청담동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