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분쟁의 판이 바뀐다…발주기관, 조정안 거부 못해

입력 2025-12-18 16:13
수정 2025-12-18 17:12

발주기관이 우월한 지위로 조달기업에 ‘갑질 계약’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국가계약 분쟁조정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앞으로 발주기관은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조달기업은 이의신청 없이 곧바로 분조위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계약금액에 대한 견해차가 큰 경우에는 합의를 유도하는 조정 대신 재판에 준하는 ‘재정(裁定)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된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18일 열린 ‘2025년 제5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가계약 분쟁 해결제도 활성화 방안 △국방·우주항공 분야 혁신제품 신규 지정 추진 △2026년 혁신제품 시범 구매 기본계획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방안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등 발주기관은 분조위가 내린 조정안에 대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조달기업이 조정 신청 전에 반드시 거쳐야 했던, 발주기관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의무에서 임의로 바뀐다. 조정 신청을 위한 금액 기준(종합공사 4억원, 물품·용역 5000만원 이상)은 2027년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계약금액 조정이나 보증금 국고 귀속처럼 객관적인 조사와 검증이 필요한 사안에는 기존 조정 제도에 더해 재정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재정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사실관계를 조사한 다음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는 조정보다 강제성이 있다. 재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발주기관에게 유리한 불공정 계약을 차단하기 위해 ‘부당특약 심사제도’도 도입된다. 조달기업이나 발주기관의 신청 뿐만 아니라 분조위도 직권으로도 심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당 특약으로 판단되면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국가계약 분쟁조정 제도는 2013년 발주기관과 계약 상대방 간 분쟁을 소송 대신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접수 건수는 이듬해 1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53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56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 조정은 계약으로 불이익을 입은 기업이나 개인이 청구하며, 피청구인은 국가나 공공기관이다. 국가기관은 분조위에 청구할 수 없지만,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간 분쟁의 경우 공공기관은 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국방·우주항공 분야에서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 분석부터 혁신제품 지정까지 연계되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도 혁신제품 시범 구매 사업 예산은 올해(529억원)보다 59% 늘어난 839억원으로 확대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