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8년 만에 50%를 밑돌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일본은행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현금·예금 비중은 9월 말 49.1%로 6월 말 50.3%보다 하락했다. 닛케이는 “주식이나 투자신탁 같은 운용자산으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 금융자산은 2286조엔으로 두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이 가운데 현금·예금은 1122조엔으로 0.5% 증가에 그쳤다.
가계 자산에서 현금·예금 비중이 50%를 밑돈 것은 2007년 9월 말 이후 처음이다. 배경에는 물가 상승이 있다. 현재 3% 안팎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금·예금으로 방치하면 실질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자금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가계 자금이 향하는 곳은 주식과 투자신탁이다. 금융자산에서 주식 등은 19.3% 증가한 317조엔, 투자신탁은 21.1% 증가한 153조엔으로 각각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새로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호재로 작용했다. 일본증권업협회가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NISA 계좌는 10월 말 기준 1772만개로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개인용 국채 등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가계가 보유한 채권은 33조엔으로 10.5% 증가했다. 2012년 6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개인용 국채 판매는 총 5조2803억엔으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일본은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현금·예금에 대한 편중이 크다. 미국은 가계 금융자산의 약 50%를 주식이나 투자신탁이 차지한다. 현금·예금은 10% 정도에 그친다. 후지시로 고이치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돼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투자를 시작했는지 여부에 따라 가계 간 격차가 벌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