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가 500억유로 규모의 군수품 구매안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 예산을 확대해온 독일이 재무장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국방부가 제출한 30여개 항목의 지출안을 통과시켰다. 구매안에는 군복 등 개인장비(210억유로)와 푸마 장갑차 200대(40억유로), 정찰용 무인기 8대(15억유로) 등이 포함됐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독일 연방군을 지속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군대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국민과 동맹국에게 독일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 ‘시대 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고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 당시 1000억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기금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헌법을 개정해 사실상 국방비에 무제한 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2030년까지 국방분야에 총 6500억유로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전 5개년 국방 예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0년대까지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 그쳤다.
올해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독일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독일 싱크탱크 에디나는 독일 군 조달 정책의 핵심 원칙이 “2029년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독일은 2029년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격 준비와 의지를 갖출 수 있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규모 무기 조달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미국 F-35 전투기 35대와 유로파이터 타이푼 20대 등 전투기를 비롯해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시스템, 레오파르트 전차 100대 등을 사들였다. 올해 무기 조달 계약은 103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2021년 46건과 비교해 2배 이상이 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기 인도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F-35 전투기의 첫 실전 배치는 2027년 하반기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