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지방 영화관을 폐업한 롯데컬처웍스가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의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전염병 확산이 불가피한 폐관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3부(재판장 최종진 부장판사)는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가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판결이 확정됐다. 농협은행은 영화관 펀드 운용사로 잘 알려진 리치먼드자산운용의 펀드 수탁사다.
롯데컬처웍스는 2014년 5월 리치먼드와 20년 계약으로 대전 둔산동 스타게이트 건물 12층에서 롯데시네마 대전둔산점을 열었다. 보증금 30억원, 월 임차료 약 1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업시간 제한, 좌석 거리두기, 취식 금지 등 정부 방역조치가 이어지면서 영화관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컬처웍스는 경영난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임차료 인하를 요청했고, 리치먼드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임대료의 20%를 감액해줬다.
분쟁은 지난해 3월 롯데컬처웍스가 둔산점 폐업을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9월 리치먼드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경제 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리치먼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집합 제한 조치는 2022년 5월 종료됐고, 이후 2년간 영업을 지속하다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제한 조치와 폐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롯데컬처웍스는 남은 계약 기간 임차료를 정상 지급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사유로 한 임대차 해지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박시온/류병화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