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국방 AI 기지'…블랙웰 3만장 투입

입력 2025-12-17 17:24
수정 2025-12-18 00:37

2027년까지 대전 한남대 캠퍼스에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총 6000억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 개를 투입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다. 국방과 바이오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국내 첫 ‘버티컬 AI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시는 17일 한남대, KT, BKB에너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엠아르오디펜스 등 국내외 기업과 함께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첫 AI 데이터센터다. 에너지 개발업체 BKB에너지가 시행사로 프로젝트금융과 GPU 조달을 담당하고, KT는 데이터센터와 망 운영을 책임진다. 한남대는 부지를 제공한다. 이들 컨소시엄은 첨단 GPU 확보를 위해 미국 서버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와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업무협약으로 컨소시엄은 2027년까지 5900억원을 투입해 40㎿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모델인 블랙웰 기반 GPU 3만 개가 들어간다. 컨소시엄은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를 200㎿급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조2860억원으로 추정된다.

컨소시엄은 AI 데이터센터를 국방과 바이오 연구개발(R&D) 등 특정 산업 전용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대전 지역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방과학연구소(ADD), 육군군수사령부 등 국방 관련 연구소가 집중돼 있어 수요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송과 내포 신도시 지역 등엔 제약 기업의 R&D센터도 많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특정 산업에 특화한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AI를 활용한 방위산업 R&D나 신약 개발 과정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무기체계 정보나 신약 임상 데이터는 해외 클라우드 서버로 반출하기가 쉽지 않아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내 거점센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사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시공을 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30년 지기로, AI를 구동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직접 액체 냉각(DLC) 시스템 전문 제조 업체다.

한남대는 캠퍼스 내 ‘도시첨단산업단지’ 7000㎡가량 부지를 제공한다. 통상 도심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땐 주민 반대가 많지만 대학이 부지를 제공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됐다. 한남대는 부지 제공의 대가로 프로젝트 일부 지분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BKB 관계자는 “중부권 바이오단지와 반도체, 방산기업의 수요를 감안하면 5년 내 수익으로 투자금 회수와 신규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유수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 등과 지분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