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가 지난해까지 이어진 ‘삼성전자발 재정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날개를 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법인지방소득세 급감이라는 복합 악재 속에서도 체질 개선을 통해 재정 자립 기반을 넓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올 들어 삼성전자 실적 회복까지 더해지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위기 넘긴 수원시 재정
17일 수원시에 따르면 2026년 총예산은 3조517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일반회계는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수원시 예산은 연평균 4.5% 증가했다. 재정 여건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이 ‘0원’까지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재정 압박을 받았다. 지방교부세 감액까지 겹치면서 지방 재정 전반에 ‘재정 절벽’ 우려도 제기됐다.
수원시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약 23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하며 재정 건전성 회복에 집중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유지하되 ‘채무 다이어트’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 결과 재정자립도는 2025년 본예산 기준 42.9%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6위에 올랐다. 내년도에는 재정자립도가 소폭 악화하지만, 이는 국·도비 보조금 증액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중장기 흐름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2030년에는 재정자립도 44.2%, 재정자주도 55.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올 들어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하면서 내년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주재원 확충 정책이 본격화하면 지방소비세 및 교부세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 세원 발굴로 ‘자립형 재정’ 전환수원시는 신세원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대용 자동차 등록지 유치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인 취득세와 자동차세는 실제 사용지가 아니라 등록지를 납세지로 규정하는데, 임대용 자동차의 경우 특정 지자체에 등록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조례 개정을 통해 이 같은 폐단을 해소한 시 측은 매년 300억원 규모의 추가 세입을 확보할 전망이다.
신규 기업 및 투자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 시는 7600억원 규모의 ‘수원기업새빛펀드’를 조성해 관내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올해 12월 기준 19개 기업에 투자가 이뤄졌고, 기업 유치 실적도 목표치에 근접한 상태다.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탑동지구 개발과 R&D사이언스파크 조성, 서수원권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추진 중이다. 첨단 연구·산업 단지가 가동되면 취득세와 지방소득세 기반이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수원시 재정을 ‘전환기 재정’으로 평가한다. 자체 세입을 늘리고 이전재원 의존도를 낮추는 등 자립 기반을 키우는 구조 전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재정 여력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수원시는 내년부터 교통비 지원, 출산보조금 확대,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제공, 노인건강패키지 등 9개 숙원 사업을 시행한다. 재정이 단순한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재준 시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 시장은 “지금 수원시 재정은 회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로 가는 과정에 있다”면서 “기업·산업·생활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선순환이 가능한 재정 자립 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