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비즈니스의 본격화에 힘입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IT 서비스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클라우드 및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삼성SDS의 고수익성 사업 비중 확대와 압도적인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AI 실적 모멘텀 본격화
삼성SDS 주가는 12월 들어 17만원대 중반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18만원 선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 부근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최근 차익실현 매물을 소화하며 상방 압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단연 클라우드다. 과거 삼성 계열사의 IT 시스템 유지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자체 클라우드(CSP)와 관리서비스(MSP) 매출이 급증하며 전사 이익률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인 ‘패브릭스(FabriX)’와 업무 협업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Brity Copilot)’의 유료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AI 실적 모멘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오픈AI와의 협업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SDS는 지난 10월 오픈AI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해 챗GPT 기업용 버전의 국내 최초 리셀러 자격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픈AI가 진행하는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역시 삼성SDS에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삼성SDS는 이 프로젝트에서 데이터센터의 설계, 구축, 운영 분야에서 협력한다. 다만 아직 협의 단계로 본격적인 매출 기여는 2~3년 뒤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도 삼성SDS에 호재다.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10월 이 사업에 단독 입찰해 12월 기술평가를 통과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최종 사업자 선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총사업비는 2조5000억원 규모다. 2028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개, 2030년까지 5만 개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계와 스타트업, 학계와 연구소 등에 AI 학습 및 추론 자원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GPU 1만5000장 기준 연매출은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컨소시엄 내 삼성SDS 지분율은 30%로 2028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매출 비중 40%
삼성SDS의 핵심 성장축인 클라우드 사업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67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특히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포함한 CSP 부문 매출은 18% 늘어난 2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클라우드 매출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매출 비중은 2022년 6%대에서 올해 상반기 40%까지 확대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반도체·2차전지 업황 회복에 따른 IT 수요 증가, 공공 부문의 AI 클라우드 도입 확대로 삼성SDS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증권은 “여전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서버 수요는 탄탄하다”며 “3분기에는 삼성SDS의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기저효과 때문에 주춤했지만 4분기에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공공기관 시스템의 70%를 2026년까지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후속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도 삼성SDS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의 IT 인프라 투자 확대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사 전반에서 GPU 서버 등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GPT 기업용 버전이 삼성그룹 사무직 전체에 적용될 경우 연간 반복 매출(ARR)이 400억~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AI 전환(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한 점도 삼성SDS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AI 팩토리의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삼성SDS의 참여가 필수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냉각 시스템 설계 및 구축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고객 확장이 관건”
삼성증권은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제시하며 ‘매수’를 유지했다.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5.5배로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 평균 대비 약 25% 낮은 수준이다. 신영증권 역시 “클라우드와 AI 중심의 대외사업 확장 기회가 열렸다”며 목표주가 21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높은 내부거래 비중(70% 수준)은 여전히 부담 요소로 지적된다. LG CNS(53%), 롯데이노베이트(64%), SK AX(60%대) 등 경쟁사 대비 그룹사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외 매출 확대가 지연될 경우 성장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의 본격적 매출 반영 시점이 2028~2029년으로 예상되다 보니 주가의 단기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성은 유효하지만 장기 호흡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오픈AI 협력, 국가 AI 인프라 구축, 클라우드 고성장이라는 세 축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대외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성장동력이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매출 반영까지는 2~3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2026년 그룹사 수주 확대, 국가 AI 컴퓨팅센터 최종 선정 여부, 대외 고객 기반 확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