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 운전병과 내비게이션

입력 2025-12-19 18:32
수정 2025-12-24 13:17

운전병 출신이다. 1985년 12월, 엄동의 초입에 입대했다. 매섭게 추운 경기도 파주에서 신병 교육을 받았고, 1월 말 휴전선 아래 북쪽 산하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전투지원중대라는 부대였다. 차량이 많아 운전병도 많았다. ‘3보 이상은 무조건 승차’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부대로, 훈련이든 뭐든 차량은 필수였다.

군대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 마시라.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운전 이야기다. 사실은 코칭 이야기로, '코칭은 내비게이션과 같다'는 이야기다.

입대 후, 10개월여 되었던 때로 기억한다. 선임 운전병들의 대규모 제대로 부대 내에 운전병이 확 줄었다. 운전병이 필수인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급하게 기존 병사들 중 운전면허증 소지자들 병과를 보병 100에서 수송병 610으로 전환하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1종 보통 보유자였던 나는 그렇게 그 작전에 투입되었다.

운전면허를 딴 것은 85년 하반기, 입대를 앞두고 ‘노느니 운전면허라도’라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한 번의 실기 낙방 끝에 면허를 취득했다. 그때까지 만 해도 내가 운전병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운전병, 그것도 무사고 운전병으로 제대하게 되었다.

제대 무렵, 무사고에 모범 운전병 표창도 받았다. 포상휴가도 있었다. 당시도 좀 쑥스럽고 미안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더 그렇다. 초기에 '장롱 면허' 실력으로 수많은 젊은 청춘의 생명을 책임지는 운전을 했으니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이 무게가 자극이 되어 금방 '베스트 드라이버' 소리를 들었다. 물론 운전에 자신감, 자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금물이다.

베스트 드라이버로 불리며 모범 운전병 표창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또래 수십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운전병에게 요구되는 까다로운 운전 요령을 누구보다 잘 익혔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다. 다른 하나는 차량 정비다. 지금의 전자식 차량과 달리, 과거 차량은 100% 기계식이다. 조금 보태면 엔진을 분해하고 조립할 수준의 정비 실력까지 갖췄다. 정비병이 해야 할 일이지만, 정비병이 없던 부대로선, 중요한 일이었다. 그 덕분에 안전운전은 물론이고 정비 철저를 외칠 수 있었고, 표창도 받았다.

군 생활을 했던 지역은 군사 구역의 특성이 그대로 있었다. 일반 도로와 동네 길, 산악 훈련길 등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다. 비포장 길이 더 많았다. 야간 암막이 중요한 군지역 특성상 가로등도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을 잘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우선, 군사지역 도로 특성을 빨리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매 운전 시 그에 맞게 안전 운전하는 것이다. 첫째를 못하면 두 번째 역시 불가능하다. 베스트 드라이버는커녕 자칫 전우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 그래서 첫 번째, 즉 도로 지형과 상태를 숙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거다. 야간 훈련 이동 시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많다. 이런 길에는 움푹 패인 곳이 많은데, 이런 곳은 반드시 부드럽게 지나야 한다. 적재함의 딱딱한 의자에 기대 쉬고 있던 병사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운전병의 원칙이자 사명이다. 그래야 그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다니는 길을 빨리 기억하고 도로의 상태를 익히는 것, 그것이 베스트 드라이버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비게이션이 친절하게 다 알려 준다. 길치에게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안내해 준다. 과속 카메라가 있는지, 움푹 패인 곳이 있는지, 운전자가 궁금해하는 거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된다’는 시대다.

대한민국 내비게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이런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 덕에 운전자들의 효용은 높아지고, 사고는 줄고 있다. 사고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내비게이션은 모든 운전자를 베스트 드라이버로 만들었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모든 운전자들의 꿈이자,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가 원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자들을 어떻게 베스트 드라이버로 만들었을까? 간단하다. 운전자들이 갖고 있는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무궁한 잠재력을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전부다.

내비게이션이 운전 자체를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자율주행이 등장했지만, 그건 아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를 베스트 드라이버로 만들어준 것이다. 운전자가 갖고 있는 운전 능력에 주목한 내비게이션이 노면 상태, 주변 상황 등을 알아차리도록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알아차림이 된 운전자는 의식이 확장된다. 운전에 필요한 의식이 확장되면 운전은 그만큼 안전해진다. 코칭이다.

초보 운전자가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 것, 그것은 내비게이션이라는 코칭 덕분이다. 사물인 주전자, 곤충인 반딧불이가 누군가의 알아차림과 의식 확장으로 우주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코칭은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이 운전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다만, 운전자에게 필요한 알아차림과 의식 확장으로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을 해 줄 뿐이다.

코칭으로 가보자. 코치가 피코치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코치는 코칭 과정을 통해 피코치가 알아차리고, 의식을 확장해 우주가 되게 한다. 이런 과정과 결과, 그것이 바로 코칭이다. 그래서 코칭은 내비게이션의 역할과 같다. 베스트 드라이버, 뛰어난 인재를 만드는 일은 내비게이션과 코칭의 역할이다.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은 강점을 찾아 자신감으로 만드는 내비게이션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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