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파스타 소스 브랜드인 오뚜기 ‘프레스코’가 단순한 조미료 브랜드를 넘어 ‘유러피언 식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소비자들이 단순한 ‘한 끼 때우기’가 아닌 ‘집에서 즐기는 미식 경험’을 원하자, 이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오뚜기는 자사 유러피언 전문 브랜드 ‘프레스코’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가 고물가와 내수 부진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거둔 유의미한 성과다.
1997년 선보여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프레스코의 이 같은 성장세는 ‘고급화’와 ‘카테고리 확장’이 이끌었다. 오뚜기는 최근 몇 년 새 집밥 트렌드가 ‘요리의 간편함’에서 ‘레스토랑 수준의 퀄리티’로 이동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프레스코(Fresh+Rich)라는 브랜드명에 걸맞게 원재료의 비중을 대폭 높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로 주력 제품인 미트소스의 경우 돼지고기와 소고기 함량을 17%까지 끌어올려 식감을 살렸고, 감바스 소스에는 추출물 대신 실제 새우를, 명란 오일 소스에는 백명란을 사용하는 등 원물 본연의 풍미를 구현하는 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했다. 이는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유럽식 요리를 구현한다”는 브랜드 미션과 맞닿아 있다.
브랜드 외연 확장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제품명에 있던 ‘스파게티 소스’를 ‘파스타 소스’로 일괄 변경했다. 스파게티라는 특정 면 요리에 국한되지 않고, 리소토나 뇨캐 등 다양한 유럽식 요리에 활용 가능한 ‘만능 소스’로 포지셔닝하기 위함이다. 현재 프레스코는 소스류 20종, 수입 파스타면 9종, 리소토, 액상 수프 등 총 42종의 라인업을 갖춘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프레스코 컵스프’를 리뉴얼 출시하며 아침 식사 대용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기존 오뚜기 컵수프의 맛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바쁜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유럽식 수프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품질 우선주의 전략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아, 지난 6월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우수미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이러한 행보를 ‘장수 브랜드의 성공적인 리브랜딩 사례’로 보고 있다. 저가형 이미지가 강했던 레토르트 식품의 한계를 넘어, 프리미엄 식재료를 선호하는 3040 주부층과 1인 가구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프레스코는 이제 소스 브랜드를 넘어 유럽의 식문화를 제안하는 큐레이션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해 수입 식재료 라인업을 늘리고, 현지의 맛을 가장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