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연말 최대 성수기를 맞아 ‘아트’를 무기로 고객 발길 잡기에 나선다. 백화점 공간을 거대한 갤러리로 탈바꿈시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 쇼핑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주제로 한 대규모 예술 전시 연작을 잠실점과 본점 등 주요 점포에서 선보인다. 이번 기획은 연말 백화점을 찾는 가족, 연인 단위 고객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 오프라인 점포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공간 마케팅’의 일환이다.
먼저 잠실점 6층 아트홀에서는 이달 21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기획전 <겨울, 그 따뜻한 순간들>을 연다. 배성규, 아레아레아, 수빈 등 MZ세대 사이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일러스트레이터 3인이 참여해 ‘한겨울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총 83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주목할 점은 롯데백화점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8점의 단독 작품이다. 백화점 내부 풍경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화풍으로 담아내, 관람객들이 실제 공간과 그림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전시가 20일부터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과 시너지를 내며 잠실 상권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본점은 ‘동화 속 세상’으로 변신한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크리스마스 비주얼을 담당한 프랑스 유명 작가 ‘나탈리 레테(Nathalie Lete)’의 원화 15점을 오는 31일까지 본관 곳곳에 전시한다. 명동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은 외관 조명 장식의 감동을 매장 내부로까지 확장해, 고객들이 쇼핑하는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나탈리 레테의 작품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키즈 원데이 클래스도 문화센터에서 진행된다.
명품관인 본점 에비뉴엘에서는 ‘격(格)’을 높인 조각 전시가 열린다. 내년 1월 16일까지 곽철안 작가의 <터치 유어 하트> 전시를 통해 대형 조각 작품들을 1층부터 4층까지 곳곳에 배치했다. VIP 고객 비중이 높은 에비뉴엘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생존법인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해석한다. 온라인 쇼핑이 줄 수 없는 현장감과 감성적인 만족감을 제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고객들이 예술을 매개로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의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백화점을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