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와 공동대출 손잡은 광주은행, 출시 9개월 만에 1조원 돌파

입력 2025-12-17 16:10
수정 2025-12-17 16:11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함께 지난해 8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공동 신용대출 상품이 출시 9개월 만인 지난 6월 대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출 협업 모델이 금융권에서 성공적인 새 혁신 사례로 확산하고 있다.◇관행 넘어 금융협업의 새 모델 도입17일 광주은행에 따르면 토스뱅크와 공동으로 출시한 ‘함께대출’은 기존의 금융권 관행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출발 단계부터 내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공동대출을 어떻게 시스템화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절차적 의문도 컸다. 당시 은행법과 관련 규정에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공동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모델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상 검토 자체가 어렵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광주은행은 단기적 기술·규정상 제약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내 산업 및 고용 생태계 약화, 지역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구조적 위험이 가시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고객 기반이 축소되고 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흐름은 광주은행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지방은행의 축소는 지역 중소기업 금융지원 약화와 소비자 금융 접근성 저하 등을 통해 다시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은 이런 환경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비대면 금융의 성장 속도에 비해 지방은행이 투입할 수 있는 디지털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도 인터넷은행 대비 열위에 있었다.

결국 새로운 고객 접근 방식과 경쟁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광주은행을 공동대출이라는 비정형적 모델로 이끈 것이다.

2023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운영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는 이런 흐름과 맞물렸고 금융당국은 지방은행 경쟁력 확대와 지역 금융 기반 강화를 위해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 간 상생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금융당국의 협조 아래 공동대출 구조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제도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광주은행의 문제의식이 정책적 차원에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함께대출이 출범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연체율 0.4% 불과…안정성 입증함께대출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구조로, 모든 대출 신청과 고객 접점은 토스뱅크 플랫폼에서 이뤄지지만 신용 평가 과정에서는 두 은행이 공동으로 심사에 참여한다.

토스뱅크는 대규모 비대면 심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모형을 제공하고, 광주은행은 2018년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리스크·연체 징후 관리 등 상업은행 경험을 반영한다. 이런 결합은 심사의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해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와 더 높은 한도를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단일 은행의 심사 체계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구조적 장점이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기준 함께대출의 누적 취급액은 약 1조3000억원인 데 반해 실질 연체 건수는 107건(연체율 약 0.4%)에 불과하다.

인터넷은행의 빠른 심사 및 접근성과 지방은행의 보수적 리스크 관리 역량이 결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업종 평균과 비교해도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공동대출 모델이 시장에 적합한 구조임을 데이터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광주은행 입장에서 특히 의미가 큰 부분은 신규 고객 기반의 확장이다. 함께대출 고객 중 약 97%가 광주·전남 외 지역에서 유입돼 지방은행이 지리적 제약 없이 전국 단위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지방은행이 고정적으로 겪던 시장 범위 한계를 넘어선 변화로, 시중은행 중심으로 집중되던 금융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일부 재배분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결국 광주은행은 함께대출을 통해 비대면 채널 구축과 대규모 마케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도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함께대출의 도입은 금융산업 전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전북은행·카카오뱅크, 부산은행·케이뱅크 등이 비슷한 공동대출 모델을 준비하거나 출시하며 공동대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함께대출은 기존 관행과 제약을 넘어 새로운 성장 방법을 모색한 사례이자 지방은행이 미래지향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법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광주은행은 또 다른 공동대출 협업모델을 추진해 공동대출의 선봉에 서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