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데 나도 키울래"…'독사 주의보' 내려진 中, 알고보니

입력 2025-12-17 08:32
수정 2025-12-17 08:45

영화 '주토피아 2'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작품 속 뱀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실제 맹독성 뱀을 반려동물로 구매하려는 움직임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2'는 중국에서 개봉 이후 역대 외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중국 내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은 35억5,000만 위안(약 7300억~7400억원)을 넘어섰으며,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도 10억 달러(약 1조4000억~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이 같은 흥행과 함께 작품에 새롭게 등장한 파충류 캐릭터 '게리 더 스네이크(Gary the Snake)'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토끼 주디 홉스와 여우 닉 와일드와 함께 파충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 여정을 떠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현실의 독사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매체 더페이퍼와 펑파이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인도네시아산 살무사(살모사)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했으며, 거래 가격도 수백 위안에서 수천 위안까지 치솟았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파충류 등 이색 반려동물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와 반려동물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색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약 170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Z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약 21조원)에 이른다. 특히 반려 파충류 가운데 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파충류는 사육 과정을 거쳐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일부는 온라인을 통해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중국 법률상 살아 있는 동물이나 독극물 등 위험 물질의 우편 배송은 금지돼 있으나, 인도네시아 살무사를 사육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맹독성 뱀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사례가 늘어나자 당국과 언론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국영 매체 베이징뉴스는 "영화 속 파란 뱀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용감한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현실의 맹독성 뱀은 결코 무해한 '유행 장난감'이 아니다"라며 "탈출이나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경우 공공 안전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2일 더우인, 샤오홍슈, 셴위 등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파란 살무사 판매가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뱀 캐릭터 인기에 힘입어 관련 굿즈 판매도 활발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파란 뱀 캐릭터 블라인드 박스'가 주간 베스트셀러 톱10에 진입했고, 캐릭터 봉제 인형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측은 "게리 인형은 현재 재고가 소진돼 당분간 재입고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