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합작법인 청산한 포드…LG엔솔 배터리 계약도 파기

입력 2025-12-18 00:37
수정 2025-12-18 00:39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포드와 체결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최근 SK온과의 합작법인을 청산한 포드가 전기차 개발·생산 계획을 전면적으로 접으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맺었던 9조603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17일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2027년부터 6년간 생산해 유럽용 전기차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지난해 10월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두 건 체결했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기가와트시(GWh)를 공급하는 계약과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며 이 가운데 75GWh 계약을 취소했다. 업계에서는 해지된 계약을 전기차 100만 대 분량으로 추산한다. 해당 물량은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 ‘E-트랜짓’에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가 수익성을 앞세워 라인업을 재편한 것이 계약 해지의 배경이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최근 중단했다.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도 취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2027년 이후 6년간 예정됐던 1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이 증발해 중장기 공장 가동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생산 라인 운영과 투자·인력 배치 등 경영 전략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해지 이후 대체 물량 수주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공장 운영 계획과 제품 믹스 재조정 등 ‘플랜B’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중장기 협력 관계는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포드는 지난 11일 SK온과 결별하고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운영 구조를 재편했다. 미국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켄터키 1·2공장은 포드가 맡기로 하면서 합작 체제를 사실상 종료한 것이다. SK온은 단독 공장 체제로 전환한 뒤 복수 완성차 고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동시에 대응하며 운영 효율화와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