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 이상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도 낮춰잡은 것이다. 이미 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타격이 큰 데다 중·고가 시장도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보다 2.1% 감소할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라 부품 비용이 급등해 수요가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200달러 이하 저가형 시장으로 연초 이후 제조 원가(BoM)가 20~30% 늘었다"며 "중·고가 시장 역시 10~15% 수준의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 조사 결과 메모리 가격은 내년 2분기까지 추가로 40% 더 오를 수 있다. 이미 제조 원가가 높은 상황인데도 최소 8%에서 최대 15% 이상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왕양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저가 가격대에서는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정리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저가 SKU(재고 관리 단위)의 출하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도 올해보다 6.9%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전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영향 때문이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기존 ASP 전망치(3.9%)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공급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수직 계열화가 탄탄한 기업들이 공급 부족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양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 분기 동안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조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업체들엔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중국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