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충남 아산의 코닝정밀소재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에어워시를 마친 뒤 내부에 들어서자 노란색 로봇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로봇은 딱딱하게 굳은 거대한 유리를 받아 절단 작업을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옮기고 있었다. 코닝의 독자 유리 제조 공법인 ‘퓨전 공법’의 중간 과정이다. 이후 절단, 면취, 세정, 건조 작업과 초정밀 품질 검사를 마친 뒤 ‘코닝 엔라이튼 글라스’란 유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코닝은 이날 국내 언론에 건축용 유리 제품을 처음 공개하고 한국 주택시장 등에서 본격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 홀 코닝 한국 총괄사장은 “건축용 유리 사업은 코닝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성장 기회가 되고, 앞으로 새로운 매출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닝의 엔라이튼 글라스는 3개의 유리가 들어가는 삼복층창 중앙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두께가 일반 유리(5㎜)의 10분의 1인 0.5㎜에 불과하다. 현존 삼복층창의 중간에 들어가는 유리 중 세계에서 가장 얇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분야에서 100년 이상의 업력을 통해 쌓은 코닝의 초박형 유리 제조 능력을 건축용에도 적용하며 새로운 시장을 찾은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주거, 상업용 건물 유리에 주로 쓰이는 삼복층창은 단열성, 주거 공간 활용도, 광학 투명성이 중요해지면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중창에 비해 유리가 추가로 들어가 56㎏로 무거워졌다. 이와 함께 내구성과 투명도 등이 현저히 떨어졌다. 코닝은 “엔라이튼 글라스를 사용한 삼복층창은 기존 삼복층 유리보다 최대 30% 가벼우면서도 단열 성능은 최대 10% 높아졌고, 최대 4% 더 투명해졌다”며 “탄소 배출량도 기존 일반 유리 대비 최대 50% 줄였다”고 강조했다.
임정한 코닝정밀소재 부사장은 “엔라이튼 글라스가 가벼우면서도 단열 성능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삼복층 유리 내부의 아르곤 가스층 주입 공간을 넓게 한 덕분”이라며 “코닝 제품은 기존 삼복층창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코닝은 엔라이트 글라스를 시작으로 건축용 유리를 고릴라 글라스를 이은 ‘제2의 먹거리’로 키운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건축용 유리 시장이 올해 1393억달러에서 2032년 1850억달러(약 273조7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주택의 열손실률이 큰 미국에서는 코닝 제품을 사용한 삼복층창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코닝은 전했다. 한국에선 서울 청담동의 주거용 아파트 ‘워너청담’, 울릉도 라마다울릉호텔 등에 적용됐다.
임 부사장은 “건축용 유리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코닝 내 매출 비중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한국에서 추가 사업을 수주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닝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창호업체인 KCC 등 국내 11개 고객사와 코닝 엔라이튼 글라스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아산=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