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16일 오후 5시 17분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상장 첫날 급등한 공모주 주가가 며칠 뒤 공모가 아래로 급락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요즘 이런 현상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7월부터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의 40% 이상에 의무보유확약이 적용돼 상장 직후 매물로 나오는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40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모주가 오히려 안정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청약 시장에 조(兆) 단위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 치열한 공모주 청약 경쟁리브스메드가 16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일반청약에는 청약증거금 6조6000억원이 몰렸다. 의료기기 기업인 이 회사는 상장 시가총액 1조3564억원으로 올해 코스닥 기업공개(IPO) 최대어다. 공모가 5만5000원에 최소 청약주식 수 20주인 리브스메드 일반청약에 참여하려면 최소 55만원의 청약증거금을 내야 했다. 개인투자자의 최소 청약 허들이 높은 편이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임드바이오(15조3552억원)와 티엠씨(11조1089억원), 알지노믹스(10조8426억원) 등에도 10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시총이 754억원에 불과한 삼진식품 일반청약에 청약증거금 6조127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이달 상장한 기업 11곳의 일반청약에 모인 청약증거금 총액은 65조원에 이른다.
신규 상장사들이 일제히 주가 상승 랠리를 보여 시중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은 업종과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았다. 신약 개발 기업 에임드바이오를 비롯해 아크릴(AX 인프라), 티엠씨(산업용 특수케이블), 페스카로(차량 통합보안), 테라뷰(초정밀 검사 장비) 등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는 ‘따블’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상장한 쿼드메디슨도 상장 첫날 79% 상승했다.
상장 후 며칠만 지나도 주가가 급락하던 현상이 자취를 감춘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4일 상장해 16일 9거래일째를 맞은 에임드바이오는 여전히 공모가보다 558.18% 높은 7만2400원을 유지했다. 이달 상장한 다른 기업들의 주가 역시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마지막 IPO 대어로 꼽히는 세미파이브는 18~19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공모가 기준 시총은 7080억~8092억원이다. 이번주에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알지노믹스, 다음주부터 삼진식품, 리브스메드, 세미파이브 등이 순차적으로 신규 상장한다. ◇ 의무보호물량 확대 영향과거와 비교하면 이 같은 연말 공모주 열기는 이례적이다. 연도별 12월 상장사 수는 2021년 3곳, 2022년 2곳, 2023년 6곳, 2024년 7곳 등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신규 상장사가 12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거는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도입된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가 대표적이다. 기관투자가가 확약을 걸고 일정 기간 물량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한 주식 수가 줄어들었다.
에임드바이오의 경우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수는 전체의 24.1%였지만 기관 배정 물량 대부분이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여 실제 유통 비중은 16.9%까지 낮아졌다.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의무보유확약을 확대하면서 상장 초기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로 인해 시초가와 상장 초반 주가 변동폭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최한종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