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높은 우유값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농식품부

입력 2025-12-16 17:34
수정 2025-12-17 10:16
우유의 원유값이 생산비에 연동돼 있어 우유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지난 12일 본지 보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당일 반박 자료를 냈다.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은 생산비와 시장 수요를 모두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제도를 개선해 운영 중”이라며 “생산비가 증가한 경우에도 원유 사용량이 감소하면 원유의 기본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의 설명과 달리 국내 우유값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거래되지 않는다. 매년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협의를 통해 매입량과 원유 가격을 정한다. 전년 대비 생산비 증가 폭을 가격에 반영한다. 이런 이유로 우유 원유값은 수요 감소에도 11년간 거의 매년 올랐다.

농식품부는 ‘수요도 반영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론상일 뿐이다. 현행법상 음용유(생우유 등) 사용량이 1.7% 초과 감소하면 생산비 증가액의 -30~70% 사이에서 원유값을 조정할 수 있다. 얼핏 보면 ‘-30%’라는 수치가 있어 원유값이 낮아질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원유 사용량이 10% 이상 줄었을 때 적용한다.

하지만 원유 사용량이 10% 감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우유 수요는 저출생에 따른 소비층 축소로 구조적으로 계속 감소세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국내 원유값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생산비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2022년(-1.6%), 2023년(-2.1%), 2024년(-3.1%) 그리고 올해(-3.0%)까지 음용유용 원유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값은 매년 올랐다. 수요가 줄어도 가격은 꾸준히 뛰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가격에 수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데 ‘수요를 반영한 가격’이라고 주장한다면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한국의 우유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낙농가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가격 결정 구조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용도별 원유 사용량에 따라 평균 가격을 책정하고, 낙농가와 우유업체의 거래 가격 기준으로 삼는다. 일본도 용도별 원유 사용량을 가격에 반영한다. 낙농가가 손해를 볼 때는 보조금을 투입한다.

한국의 우유 가격 결정 방식은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 게다가 우유값 상승은 빵, 치즈, 버터 등 각종 유제품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물가 관리에 힘쓰는 정부가 낙농가 보호를 명분 삼아 우유값 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우유 가격 결정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