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구매를 위한 퇴직연금 중도 인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30대 이하가 인출자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하니 예사로이 볼 일이 아니다. 청년층이 ‘영끌’ 주택 매입을 위해 노후 자금까지 헐어 쓴 것이다. ‘2024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6만6500여 명으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중 48.9%가 30대 이하였고, 이들 중 58.2%가 ‘주택 구입’을 사유로 들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한 가운데, 각종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퇴직연금까지 미리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이런 경향이 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 급등과 함께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상승률 8.1%를 기록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21년의 최고 기록(8.0%)을 경신했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자산 기반이 약한 청년층이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팔고, 퇴직연금을 깨서 집을 사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영끌 주택 구매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노후 자금의 중도 인출은 퇴직 후 생활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노후 빈곤을 가져와 국가의 경제적 지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향후 주택 가격이 조정되면 청년 영끌족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사회적 불안과 양극화를 키울 우려도 있다.
결국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대출 규제다. 집값 불안을 잡겠다는 정책 목표는 이해되지만,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청년층에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이 일시적 조치라고 한 만큼 시장 상황이 안정되는 즉시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전에 소득 계층·연령·지역 상황을 고려한 선별적인 규제 정상화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렇지 않으면 퇴직연금 중도 인출과 같은 부정적인 풍선 효과는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