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매도 폭탄'에 주저앉은 비트코인

입력 2025-12-16 17:44
수정 2025-12-17 00:59
비트코인 가격이 보름 만에 8만60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경계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낮 동안 8만6000달러 안팎을 맴돌았다. 최근 수일간 9만달러 수준에서 횡보하다가 이날 새벽 24시간 전 대비 4% 넘게 급락해 지난 1일 이후 처음 8만6000선이 무너졌다. 업비트에서의 원화 기준 거래 가격은 이날 1억2700만원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긴축 우려를 하락 계기로 지목했다. BOJ는 오는 19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0.25%포인트 인상 결정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의 긴축 전환을 자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다음 행보와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내년 미국 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급 측면에선 ‘고래’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의 매도가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하이블록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운용 규모가 큰 지갑(10만~1000만달러)에서 27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소액(0~1만달러)과 중형 지갑(1000~10만달러)은 이 기간 각각 1억6900만달러, 3억5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 영향을 받아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더리움(ETH) 가격은 이날 낮 전일 대비 6%가량 떨어진 2900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엑스알피(XRP)는 약 7% 떨어져 2달러 아래로 밀렸다. 솔라나(SOL) 역시 4% 넘게 하락해 125달러 안팎에 거래됐다.

암호화폐업계는 BOJ의 정책 결정과 미 금리 관련 불확실성 완화 전까지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암호화폐 시장의 과도한 레버리지(차입금을 동원한 매수)와 광범위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려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재스퍼 드 마에르 윈터뮤트 연구원은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보다 변동 폭이 큰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shlee@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