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종묘 논란…서울 2.8만가구 공급 타격 우려

입력 2025-12-16 17:00
수정 2025-12-17 00:53
서울 종로구 종묘 등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영향평가 기준이 강화되면 주택 공급이 3만 가구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유산 영향평가 범위가 ‘세계유산 반경 500m 이내’로 넓어지면 서울 시내 주요 재정비 사업장 38곳, 2만8764가구가 영향을 받는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2만9161가구·부동산R114 기준)과 비슷한 규모다.

서울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종로구 종묘뿐 아니라 종묘 인근 창덕궁, 강남구 선릉과 정릉, 성북구 의릉과 정릉, 노원구 태릉과 강릉, 서초구 헌릉과 인릉 등이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중 5곳이 강북에 몰려 있다.

성북구 의릉 주변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 500m 안에는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장위15구역(3317가구)을 비롯해 15곳의 정비 사업이 계획돼 있다. 총 1만2911가구가 영향권이다. 노원구에는 문정왕후와 명종이 묻힌 태릉과 강릉이 자리하고 있다. 태강릉 500m 이내에는 중계본동 재개발사업 등 2곳(9978가구)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백사마을’로 불리는 중계본동 재개발사업(3178가구)은 철거에 들어갔다. 사업이 지연되면 주민의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

강남 지역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일부분도 세계문화유산인 헌인릉에서 500m 안에 있다. 문화유산 영향평가가 강화되면 구룡마을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는 최근 구룡마을 공급 주택을 3520가구에서 3739가구로 늘리는 내용의 재개발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성북구 정릉 주변에도 1165가구(11곳), 강남구 선정릉 근처는 191가구(2곳)의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영향평가 범위 확대(500m)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10일 현행 100m인 관리 범위를 500m로 확대해 대규모 공사로 인한 경관 훼손, 소음, 대기, 빛, 열 등 다양한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현장에서 규제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면 막대한 이자와 공사비 증액이 발생한다”며 “규제로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그동안 재정비를 기다려온 주민의 재산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