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날리고 결국엔…" 포드도 백기 든 '요즘 뜨는 車' [모빌리티톡]

입력 2025-12-17 06:30
수정 2025-12-17 06:42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자 중대 결단을 내린 것이다. 포드는 대신 F-150 라이트닝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도 취소했다. 앤드루 프릭포드 내연기관 및 전기차 사업 총괄은 언론사 대상 전화 회의에서 "수익성 확보 가능성이 없는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달러를 쓰는 것 대신 수익성이 더 좋은 영역에 배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략 변경으로 포드가 떠안을 비용은 2027년까지 세전 기준 195억달러(약 28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25억달러(약 18조4425억원)는 포드의 전기차 자산을 재편하는 비용으로 집계돼 SK온과의 배터리 합작사업을 종료하는 비용 30억달러(약 4조4220억원)가 포함된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만든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할 계획이다.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는 데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구매에 적용됐던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까지 올해 9월부터 없어지면서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대폭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전기차 생산량은 전월 대비 약 49% 감소했다. 테슬라 판매량도 지난달 미국 내에서 전년 동월 대비 23% 줄어든 3만9800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저치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인 '포드e'는 지난해 51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3분 누적 36억달러(약 5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드가 단산을 선언한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은 2022년 미국 내 출시된 4도어 대형 픽업트럭이다. 지미 팰런이 F-150 라이트닝을 홍보하기 위해 대형 '프렁크'를 주제로 만든 노래로 화제를 모았지만, 생산 및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달 판매량도 작년 같은달보다 72%나 줄었다.

늦어지는 전기차 시대...대신 EREV 뜬다포드는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저가 전기차 및 트럭·밴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연기관 시대를 더 이어간다는 게 핵심으로, 수익성이 뛰어난 하이브리드 차량과 EREV 생산도 검토한다. 포드는 하이브리드·EREV·순수 전기차 비중을 현재 17%에서 2030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가 언급한 EREV는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하이브리드처럼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 및 배터리를 갖추고 있으나 엔진이 주요 동력인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모터로 구동하고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에만 쓰인다.

이 때문에 친환경적이면서도 주행 가능 거리가 전기차 대비 약 2배 이상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00㎞ 넘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쓰이는 등 충전 인프라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EREV 시장은 2031년 5180억달러(약 748조)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중국에서는 뜨고 있는 시장.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에서 EREV는 전년 동월보다 88.7% 증가한 11만1000대가 팔렸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EREV는 약 131만 대로, 2023년(65만 대)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EREV에 대한 완성차 기업들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9월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네시스 EREV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도 EREV 시스템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 도요타는 하이랜더와 시에나 EREV를 중국에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