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6일 14: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향한 본격적인 사전 정비에 나섰다. 오너 일가 지분 일부를 선제적으로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분 구조를 정리해 상장 과정에서의 부담을 낮추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상장을 둘러싼 승계 논란과 구주매출 비판을 동시에 의식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일가 구주매출 우려 희석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며 단계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고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추가했다.
이번 프리 IPO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도우미로 나섰다. 지분 거래 과정에서 일정 기간내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약속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는 그간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그룹 내 유일한 회사였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해 왔다.
이번 프리 IPO를 거치면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분 50%를 유지한 최대주주로 남고, 김동원 사장은 20%, 김동선 부사장은 10%로 지분을 낮췄다. 대신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합산 20%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전에 일부 지분을 정리하면서 향후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비중은 크게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에너지가 오너 일가 지분 100% 구조였던 만큼 상장 과정에서 신주 모집과 함께 구주매출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프리 IPO로 해당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평가다.
확보된 자금은 향후 삼형제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필요한 상속·승계 재원 및 각자가 맡고 있는 사업 영역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이미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조선·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을, 김동원 사장은 금융 계열사를,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과 식음료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자금 수요 측면에서도 한화에너지는 IPO 신주 발행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와 종속회사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은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앞서 한화에너지 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했던 한화오션 지분 7.3% 대금 1조3000억원을 사실상 되돌려준 셈이다.
다만 한화에너지는 해당 지분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차입금 상환 등에 이미 사용해 현금고가 넉넉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부회장 지배력 공고이번 프리IPO는 한화에너지 상장을 ‘승계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을 의식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구주매출을 통해 일반 투자자의 자금이 오너 일가로 유입된다는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으면서 차기 승계 구도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그룹이 선을 긋는 상황에서 현 지분 구조만으로도 김동관 부회장의 지배력은 충분히 공고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복상장 등 상장과 관련된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 성격의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승연 회장이 지분 11.3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삼형제의 ㈜한화 직접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10.44%, 김동원 사장 5.38%, 김동선 부사장 5.43%이다.
㈜한화는 법적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한화솔루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다수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가 다수 포진한 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한화에너지가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 논란과 주주 반발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