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를 노리고 출시된 프랜차이즈 케이크를 둘러싼 과대 포장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매년 반복되는 케이크 논란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또 여기야?…연말 케이크 과대 포장 논란 재점화논란의 중심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T사가 있다. 과거 띠지·과대 포장 문제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던 T사는 올해 연말 시즌을 맞아 출시한 '헤네시 V.S.O.P 케이크(4만2000원)'를 두고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초콜릿으로 케이크 전체를 감싼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식용이 아닌 장식용 띠지로 둘러져 있어 소비자 오인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구독자 8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흑백리뷰'가 올린 헤네시 케이크 후기 영상은 16일 기준 조회수 145만 회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에서 흑백리뷰는 "헤네시 병 모양 초콜릿은 공갈 초콜릿이고, 테두리도 초콜릿이 아니라 띠지"라며 "이건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띠지 사기로 그렇게 욕을 먹어도 안 바뀌나", "공갈 초콜릿은 그럴 수 있다 쳐도 테두리 공갈은 너무한 거 아니냐", "띠 때문에 먹을 생각이 확 식는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실구매자들의 실망 후기가 이어졌다. 케이크 옆면까지 초콜릿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띠지를 제거하자 급격히 볼품이 없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회사 관계자는 헤네시 V.S.O.P 케이크 띠지 논란과 관련해 "해당 띠지는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요소이자, 부드러운 무스 케이크 특성상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형태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목적의 필수 구성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부 고객들이 띠지를 제거한 이후 외형에 대해 기대와 다른 인상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여 제품 완성도와 고객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품 운영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딸기야 케이크야" 광고…속은 '텅 빈 케이크'
T사뿐 아니라 P사 역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딸기야 케이크야"라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베리밤 케이크'는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겉면에만 딸기가 장식돼 있고, 반으로 갈라보니 속에는 딸기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튜버 '먹쪼이'는 "가격이 3만9000원인데 크기는 주먹만 하고, 안에 딸기가 하나도 없다"며 "맛은 있지만 구성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유튜버 '맛미손' 역시 "크기가 상당히 아담했고 딸기는 위에만 있을 뿐 단면에는 전혀 없었다"며 "딸기냐 케이크냐 논쟁이 있었지만 그냥 케이크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안에 하나도 없는 건 양심 문제 아니냐", "이 정도면 과대광고로 고소해야 할 수준", "그 가격이면 차라리 직접 만들어 먹겠다", "컷팅하자마자 새하얀 단면을 보고 원가 절감에만 집착한 느낌이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구매자들 역시 "베리밤 단면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 슬라이스 딸기라도 넣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3만9000원을 주고는 다시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이번이 처음 아니다…반복된 '과대 포장·부실 재료 논란'
T사의 띠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출시된 "화이트 플라워 케이크"는 화려한 2단 꽃 장식이 실제로는 식용이 아닌 장식물이었고, 겉면 아이싱조차 없이 띠지로 감싸져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케이크는 4만7000원에 판매됐다.
지난 2월 출시된 '피스타치오 딸기 무스' 케이크(3만6000원) 역시 비식용 장식물을 사용해 과대 포장 논란에 휩싸였다.
176만 먹방 유튜버 '입짧은 햇님'이 라이브 방송에서 겉면이 초콜릿인 줄 알았다가 띠지를 떼어낸 뒤 휑한 케이크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은 쇼츠로 재생산돼 현재까지 132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식용이 아닌 부직포 재질의 포장지가 소비자 오인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번 헤네시 케이크 역시 당시와 유사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재차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케이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화려한 비주얼과 마케팅보다 가격에 걸맞은 구성과 정직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3만 후반~5만 원을 웃도는 프랜차이즈 케이크에서 매년 비슷한 재료 부실과 과대 포장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라고 지적한다.
한 소비자는 "프랜차이즈 케이크는 매년 기대를 배신한다"며 "이제는 포장을 뜯기 전부터 의심하게 된다"며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케이크 겉면이 띠지라 벗겨야 하는 케이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띠지·공갈 초콜릿 논란에 성심당 소환
이 같은 프랜차이즈 케이크 논란 속에서 대전의 대표 베이커리 성심당이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소환되고 있다. 성심당이 최근 출시한 신제품 '말차시루'는 가격 4만3000원으로, 크기와 과일 구성 면에서 "가성비 케이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성심당 말차시루가 이 가격인데 파리바게트 케이크는 왜 3만9000원이냐", "왜 사람들이 2시간씩 줄 서서 딸기시루를 사는지 알겠다", "헤네시 케이크 먹느니 대전까지 가서 케이크 사먹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성심당의 시루 시리즈는 과일과 크림을 풍성하게 얹은 케이크로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되는 대표 상품이다. 일부 인기 제품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성심당은 지역 딸기 농가와 직계약을 맺고 '밭떼기' 방식으로 딸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본점 기준 주말에만 6~7t, 전 지점을 합치면 약 9t의 딸기를 사용한다. 신제품 출시로 딸기 사용량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