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고 집값 뛰고' 이게 다 우리 탓?…한은 '이례적 브리핑'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5-12-16 12:00
수정 2025-12-16 14:37

최근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고,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에 대해 한국은행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은의 관리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는 통화량이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하면서 한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16일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를 발표하면서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함께 작성해 배포했다. 유동성 통계는 별도의 설명회를 하지 않는데, 이날은 이례적으로 기자단 브리핑을 자처해 '한은 책임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①통화량 증가는 ETF 투자 때문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월 대비 0.9% 증가한 447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0.7%에서 증가세가 더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8.7%로 이 역시 9월 8.5%에서 확대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M2 증가량(41조1000억원) 중 수익증권 증가량이 3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수익증권은 자산운용사의 ETF와 채권형 펀드 등을 포함한다. 한은은 "주식 매각 대금 중 일부가 ETF로 이동했다"며 "새롭게 공급된 유동성이라기보다는 자산 구성 변화 과정에서 M2가 크게 증가한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통화량이나 유동성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다. 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주식형 ETF 등은 M2 항목에 편입돼있다. 한은에 따르면 수익증권을 제외한 통화량 증가율은 약 5%대 중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수익증권이 통화량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수익증권을 제외한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통계를 바꾸는 것에 대해 한은은 "2019년부터 진행된 작업"이라며 "최근 논란 때문에 갑자기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②통화량 증가폭 미국의 2배 아니다한은은 현재 8%를 상회하는 통화량 증가폭이 장기평균(7.4%)에 비해크게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통화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 과거 금리인하가 있었던 2014년(10.5%), 2019년(10.8%)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통화량 증가폭이 미국의 2배에 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계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기준 한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8.5%로 미국(4.5%)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은은 "양국의 통화량 추이가 달랐다"며 "코로나19 이후 약 5년간의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간 중 한국의 누적 통화량 증가율은 49.8%로 미국(43.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은 수익증권을 통화량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준을 통일하면 한국의 증가율도 미국 수준으로 축소된다.

한은은 "미국은 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등으로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물가가 크게 올랐다가 양적 긴축과 고금리로 전환해 통화량이 급감하는 등 진폭이 컸다"며 "최근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통화량 흐름은 여전히 둔화 상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③집값↔유동성 쌍방 영향통화량이 환율과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동성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어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항변이다.

주택가격 상승의 경우 통화량 증가와 함께 이뤄지는 측면이 있지만 뚜렷한 선후관계는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하기에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이 높아지면서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이 급증하면서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에 대해선 "유동성보다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동성 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론적으로는 물가 경로를 거쳐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지면서 환율이 올라가는 구조여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3%를 넘는 미국보다 낮다. ④확장재정도 일부 영향정부의 확장재정이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도 일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통화량을 결정하는 기조적 흐름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라면서도 "정부부문에서도 늘어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세입으로 지출을 늘리는 경우엔 유동성 공급 효과는 없다. 가계나 기업이 갖고 있던 자금을 가져와 다시 공급하기 때문에 유동성의 주인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국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할 경우엔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은행 등 통화금융기관이 매입하는 경우 통화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⑤금리인하 잘못됐나?고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유로 통화량이 언급되면서 통화량 증가의 근본 이유인 한은의 금리 인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하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 결과로 기업이 수익을 얻었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을 산 것은 유동성 요인 뿐 아니라 개인의 판단 등 다른 요인이 결합된 것"이라며 "이를 유동성 효과로만 보고 유동성을 인위적으로 줄여야한다고 하면 국가 경제나 개인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