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려아연의 美 제련소 건설, 자원동맹 주춧돌 되길

입력 2025-12-15 17:40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에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 건설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고려아연의 울산 온산 제련소를 모델로, 아연·동 등 기초 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과 같은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첨단 시설을 한·미 합작으로 짓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한·미 전략자원 동맹’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때마침 LS전선이 로봇, 전투기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을 미국에 설립하려는 계획도 공개됐다.

합작투자 규모가 10조90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안정적인 전략 광물 공급망 확보에 골몰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정부가 직접적인 고려아연 지분 취득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미국 측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미 정부와 방산기업이 고려아연과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제련소를 짓되, 고려아연이 합작법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10.3%를 줄 계획이다.

우리로서도 우방국과의 전략 광물 공급망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첨단 산업 전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희토류 확보는 국가 생존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얼마 전 발표한 핵심 광물, 반도체, 인공지능(AI) 인프라 등에서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팍스 실리카’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도 두말할 필요 없다.

그렇지만 고려아연의 미 제련소 합작 계획에 우려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의 국내 기업 지분 취득이 만에 하나라도 경영진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어제 열린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대립 중인 영풍·MBK 측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들은 최 회장 측이 미국 측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미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걱정이 완전히 불식되도록 사업성을 제대로 따지고 투자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한·미 자원 동맹을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되, 이번 합작 투자가 기업 이익과 국가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성사되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