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주식이 낫다"는 부자들…'잭팟' 비결 봤더니 [일확연금 노후부자]

입력 2025-12-16 07:58
수정 2025-12-16 09:27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퇴직연금 계좌만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이 연 3%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은행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돈을 묻어둔 결과였습니다. 반면 퇴직연금 ‘고수’들은 조선·방산·원자력 관련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통해 같은 기간 50%가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연금 고수와 부자들의 자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금융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만 따라가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보면 연금 고수의 포트폴리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매년 내는 ‘부자 보고서’ 역시 자산가들의 투자 트렌드를 살펴보기에 좋습니다. 오늘은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연금 고수·부자들의 재테크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수익률 '9배' 비결금감원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1500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최근 1년간(6월 말 기준) 수익률은 38.8%에 달했습니다. 전체 가입자 평균 수익률(4.2%)의 9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3년 연평균 수익률로 기간을 넓혀봐도 연금 고수들은 연 16.1% 수익률을 거두며 일반 가입자(4.6%)를 3.5배 이상 압도했습니다.

이 같은 수익률 격차의 원인은 ‘공격적인 투자’에 있었습니다. 일반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 우려에 전체 적립금의 82.6%를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반면 연금 고수들은 전체 자산의 79.5%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했습니다.

연금 고수들이 투자한 펀드를 지역별로 보면 국내 펀드(61.6%)에 대한 투자금액이 해외 펀드(31.8%)보다 두 배 가량 많았습니다. 해외 시장보다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연금 고수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샀을까요. 30대 미만 고수들의 투자 상위 종목은 나스닥지수나 S&P500지수 등 미국 지수형 ETF가 휩쓸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긴 투자 기간을 활용해 우상향하는 미국 증시에 올라타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고수들은 국내 테마형 ETF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들은 조선·방산·원자력 등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을 공략했습니다. 60대 이상의 연금 고수들은 테마형 ETF와 함께 고배당 펀드, 중국 펀드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선호했습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연금 고수 적립금 1위 ETF는 ‘조선TOP3플러스(141억 원)’였습니다. 2위는 ‘K방산’(139억 원)이 차지했습니다. 이들 상품의 연 수익률은 각각 140.5%, 173.1%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대신 주식·코인 뜬다"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의 자산 지도 또한 바뀌고 있습니다. KB금융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수는 작년 말 기준 47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자산 구성 변화입니다. 과거 부의 상징이었던 부동산 자산 비중은 2012년 59.5%에서 2025년 54.8%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35.6%에서 37.1%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금, 보석, 가상자산 등 기타자산의 비중도 이 기간 4.9%에서 8.1%로 크게 늘었습니다.

부자들의 자산 구성을 세부적으로 보면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높았습니다. 거주용 주택이 31.0%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외 주택(10.4%) △예·적금(9.7%) △빌딩·상가(8.7%) △주식(7.9%) 순이었습니다. 유동성 금융자산과 예·적금, 주식 비중은 소폭 상승했습니다.

부자들은 향후 1년 이내 단기 고수익 투자처로 부동산이 아닌 주식(55.0%)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인공지능(AI) 주도의 기술 성장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KB금융 설명입니다. 다음으로 △금·보석(38.8%) △거주용 주택(35.5%) △거주용 외 주택(25.5%) △펀드(14.0%) △빌딩·상가(12.8%) △가상자산(12.5%)이 뒤를 이었습니다.

부자들은 향후 3∼5년 중장기 투자처에서도 주식(49.8%)을 가장 유망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거주용 주택은 2위로 밀려났습니다. 가상자산(12.8%)은 지난해 대비 9.5%포인트 늘어나며 대체 투자처로서의 높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부자들의 주식 보유 개수는 평균 8.9개로 전년 대비 0.7개 늘었습니다. 국내 종목은 평균 5.8개를 보유했고, 해외 종목은 평균 4.9개였습니다. 투자 종목 분야는 국내외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순이었습니다.

100세 시대에 노후 대비를 위한 재테크의 중요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80% 이상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부자와 연금 고수들의 투자 노하우를 참고하거나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