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에서 또 다시 불거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휘말린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3%대 하락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주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바이오와 로봇, 내수 관련주에 순환매 자금이 몰렸다. ○또다시 불거진 AI 거품론15일 코스피지수는 1.84% 떨어진 4090.59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31%, 대만 자취안 지수는 1.17% 밀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959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세를 주도했다. 기관 투자가도 483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1조423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미 증시에서 불거진 ‘AI 거품론’이 영향을 미쳤다. 전날 미 나스닥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11.43% 급락했다. 4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18개월 간 최소 AI 수주잔액(730억달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오라클도 4.47% 하락했다. 오픈AI를 위해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완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늦춰진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면서다. 오라클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지만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AI 산업의 수익성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의 하락세가 컸다. 삼성전자는 3.49% 급락한 10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개장 직후 6% 넘게 하락했던 SK하이닉스는 12.98% 내린 55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바이오와 로봇주, 내수 관련주 등에 순환매 자금이 몰렸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이비엘바이오는 각각 4.73%, 3.05% 올랐다. ○“마이크론 실적이 향방 가른다”반복되는 AI 거품론과 이에 따른 주가 급락 현상에 대해 증권가에선 ‘단기적 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1월 중국의 가성비 AI인 ‘딥시크’ 쇼크로 시작해 8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AI주 과열론, 11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주장하고 있는 AI 버블론 등에도 불구하고 AI 관련주는 견조하게 버텼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AI 산업의 성장성과 미국의 기준 금리인하라는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가지 축은 여전하다”며 “최근 조정은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좁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며 “구글 밸류체인(가치 사슬) 기업 등을 중심으로 비중 확대를 할만 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2028년께 AI데이터 센터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이 늘어나면서 AI 산업에 대한 우려가 환호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AI로 인해 사용자 효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될 내년 1월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를 기점으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기술주 약세로 한국 반도체주도 당분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17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공개되는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기업의 실적 예상치)가 AI 관련주 향방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력 사업이 유사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4.06달러 이상의 주당순이익(EPS)를 발표하지 못하면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