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5일 16: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미국으로 핵심 사업 이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정부 및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신설하려는 제련소는 울산 온산제련소를 사실상 그대로 복제할 계획이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은 물론 울산 지역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날 이사회에서 미국 현지 제련소 설립 계획을 설명하면서 "한국은 전기료가 비싸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제련소는 온산제련소와 동일하게 핵심광물 11종, 비철금속 13종,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제련소로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고려아연은 경영진은 "현지 제철소는 당사의 51년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차세대 제련소"라며 "온산제련소 모델을 복제하겠다"고도 했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의 이번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사실상 미국으로 핵심 사업을 이관하는 수순으로 해석한다. 온산제련소와 동일한 모델의 공장을 미국에 짓고,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싼 미국을 핵심 사업 거점으로 삼으려는 구상이라는 평가다. 이미 MBK파트너스와의 지분 경쟁에서 밀려 지배력이 훼손된 한국 법인 대신 미국에 세울 JV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제2의 창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JV 설립으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려아연의 아연 제련 공정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 거점이 울산에서 미국 현지로 이동하면서 단순히 온산제련소 고용 감축뿐 아니라 울산 지역 경제 악화와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