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대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정물화와 일본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그물망 작품’이 경매에 나온다.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의 회복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12월 경매를 연다. 이번 경매에서는 114점, 추정가 합산 약 160억원 규모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대표작은 르누아르의 ‘딸기가 있는 정물’. 케이옥션은 “20세기 초 미술시장의 거상인 앙부르아즈 볼라르가 소장했던 작품으로, 르누아르의 후기 작품 특성을 잘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 이력이 흥미롭다. 2020년 9월 경매에서 6억9000만원에 낙찰됐던 이 작품은 미술시장 불황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시작가 10억원에 나왔다가 출품이 취소된 적이 있다. 이번 경매 시작가는 8억5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김환기의 작품이 대거 나왔다. 1950년대 작품 ‘산’(18억~30억원) 등 유화 작품 외에도 드로잉 11점을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 초 홍익대학교에서 김환기에게 지도를 받은 제자가 60여년간 간직해온 작품들로 엽서 크기의 작은 화면 위에 작가 특유의 푸른 색조와 달, 산, 매화 등 한국적 서정이 자유로운 필치로 담겨 있다. 추정가는 800만~6000만원(낮은 추정가 기준)으로 다양하다. 이 밖에 유영국의 작품 ‘워크’(추정가 7억~12억원)도 눈길을 끈다.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타원형의 분화구, 아래의 아치형 구조와 색면이 자아내는 리듬이 인상적이다.
서울옥션은 하루 전인 22일 서울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제188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경매 규모는 114점, 약 79억원이다. 낙찰총액만 233억원에 달했던 지난 경매에 비하면 규모가 확 줄었지만, 각 작품의 존재감은 지난달 못지 않게 화려하다. 시작가 20억원에 나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OBBXT)’가 대표적이다. 붉은색과 흰색으로 그린 쿠사마의 전형적인 그물망 연작 작품이다.
박수근의 1960년 풍경을 담은 ‘거리'는 4억8000만~8억원, 김창열의 1988년 작 물방울 회화는 2억5000만~5억원에 나왔다. 외국 작가 중에서는 영국의 조각 거장 안토니 곰리의 ‘Small Blockworks’(4억9000만~6억5000만원)가, 고미술 부문에서는 ‘백자청화패랭이문육각편병’(2억~3억원)이 주목된다. 두 옥션 출품작은 서울 신사동 각사 건물에서 무료로 예약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경매 당일까지 진행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