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5일 14: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보충약정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건설사마다 자금보충약정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지만, 재무제표 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악화할 경우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숨은 빚' 검증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PF 자금보충약정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자금보충약정은 부동산 PF 사업에서 시행사(SPC)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때, 시공사(건설사)가 후순위로 자금을 대여하거나 증자 형태로 지원하는 계약이다.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시행사가 토지 매입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주로 활용된다.
자금보충약정은 형식상으로는 대여나 출자에 해당해 기업 재무제표에서 부채가 아닌 투자자산(대여금 또는 지분)으로 분류된다. 은행 등 채권자에게 직접 지급 의무를 지는 채무보증과는 다르게 SPC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산정 때도 포함되지 않아 그동안 '숨은 부채'로 지목돼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자금보충약정 규모는 이미 조 단위를 넘어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3분기 말 PF 자금보충약정 규모는 총 14조4135억원에 달한다. GS건설이 3조110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 2조5397억원, SK에코플랜트 2조4727억원, 삼성물산 1조654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부채로 반영할 경우 재무 부담은 커진다. 롯데건설의 경우 9650억원의 자금보충약정을 전부 부채로 반영할 경우 부채비율이 214%에서 245%로 상승한다. GS건설의 부채비율도 242%에서 302%로 급등한다.
“실질은 부채, 시장 리스크 과소평가”회계업계와 금융당국은 자금보충약정이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질 경우 시공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부채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시공사에 대한 약정 이행 압력이 높아지면서 시행사 부실이 건설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기업들에 재무제표 주석을 통해 우발채무나 약정 사항으로 관련 내용을 공시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주석 공시만으로는 잠재적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부채로 계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보충약정이 부채로 계상될 경우 부채비율이 상승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현행 K-IFRS 기준상 자금 유출 가능성 판단 등 회계적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곧바로 부채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이어갈지가 회계 처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