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환빠 논쟁 있죠" 발언 후폭풍…野 "대통령 품격에 맞지 않아"

입력 2025-12-15 10:59
수정 2025-12-15 11:00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이 대통령의 품격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천막당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대통령은) 일하는 기분을 내기 위한 쇼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기본부터 다시 챙겨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우선 인천공항공사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사장에게 외화 밀반출 문제를 따져 물은 장면을 언급하며 "무엇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면서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모욕을 주는 모습에서 대통령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거론한 이른바 '환빠' 발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매우 불쾌한 사례"라며 "역사학계에서 이미 위작으로 분류된 책을 국정운영의 방향인 양 제시하고 이를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전문 연구기관에 강요한다는 것은 국가의 역사 인식과 지적 토대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치가 또는 권력이 역사를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특정 기관을 마치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무능한 집단인 양 낙인찍고 겁박하는 모습은 역사를 두고 이념적 편 가르기를 시도가 아닌지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등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환단고기 추종자) 논쟁' 있지 않으냐"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느냐?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잖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소위 재야사학자들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에 저희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헌 사료를 저희는 중시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환단고기 관련 대화는 이 대통령이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지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고민거리"라고 말하며 마무리됐다.

이에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학계에서 '위작'으로 판단 받은 환단고기를 믿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이나 '백설공주'도 역사냐는 말도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누군가 조작한 위서라고 결론 난 지 오래"라며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역사 업무를 담당하는 동북아재단에 '환단고기 논쟁은 관점 차이일 뿐이니 대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환단고기는 위작"이라며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충돌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에 '쎄쎄' 하시더니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을 국정에 끌어들일 거냐"며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고 일갈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철 지난 환단고기 타령을 늘어놓았다. 정통 역사학자를 가르치려 드는 그 용감한 무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고, 김은혜 의원은 "사이비 역사를 검증 가능한 역사로 주장할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며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