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5일 09: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제련소 설립을 위해 미국 정부 및 기업과 손잡고 21억달러(약 3조1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세운다. 이 JV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할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 자본의 도움을 받아 우호 지분 확대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현지에 제련소 설립을 위해 미국 정부 및 기업과 함께 JV를 설립하는 방안을 결의한다.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 제련소 설립에 총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와 기업, 고려아연은 우선 JV 설립을 위해 약 9억달러(1조33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투입한다. JV는 약 12억달러(약 1조7700억원)를 현지에서 차입한다. 총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한 JV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할 계획이다. JV 아래 설립되는 사업회사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약 7조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차입 과정에서 보증을 서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이런 복잡한 딜 구조를 짠 건 최 회장의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을 할 수 있다고 정해놨다. '합작법인 설립→고려아연 유증 참여→고려아연 보증 통한 실제 사업자금 확보'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짠 건 이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참여한 JV가 확보하게 될 지분 10%는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 게 정관 위반으로 무효라는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은 상황"이라며 "이번엔 미국 정부 및 기업과 손잡고 JV를 만들어 정관에 따라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런 기형적인 투자 구조는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MBK 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에 미국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면 제련소에 직접 투자하는 게 미국 정부는 물론 고려아연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구조"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미국 정부 및 기업에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희석하면서까지 급박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영상의 필요가 없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향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