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와 구글 등이 이끄는 인공지능(AI) 랠리를 닷컴버블과 비교하는 분석이 많다. ‘세상을 바꿀 기술’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크게 밀어 올린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유동성 경색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분석실장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주가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 Fed는 이번 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연 3.5~3.75%로 낮췄다. 또 단기 국채를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다만 이 실장은 “유동성 재확장으로 주가지수의 상승 가능성이 높더라도 기업 선별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닷컴버블 형성 시기인 1995~1999년의 사례들을 제시했다.
1995~1999년 미국 증시에서는 같은 기술주 안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시스템즈, IBM과 휴렛팩커드(HP)의 주가 상승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MS와 시스코는 각각 371%와 495% 상승했지만, IBM과 HP는 221%와 188%에 그쳤다.
MS는 IBM과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시스코는 HP와 비교해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우수했다고 이 실장은 설명했다. 1999년 MS의 영업이익률은 50% 수준에 달했지만, IBM은 10%대에 불과했다. 시스코와 HP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1995~1999년)은 각각 57%와 11%였다.
또 자본투자(CAPEX) 대비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 비율이나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이 높은 종목도 유동성 확장에 따른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실장은 덧붙였다. 실제 기업으로의 현금 유입이 얼마나 원활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닷컴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내년 연간 기준 △매출액 증가율 컨센서스가 20% 이상 △영업이익률 컨센서스가 15% 이상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 컨센서스가 10% 이상인 28개 종목을 추렸다.
추려진 종목 중 알테오젠이 모든 지표에서 가장 상위에 랭크됐다. 올해 대비 내년에 매출이 118.63%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은 65.63%에 달하며,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은 61.51%에 이를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피하주사(SC) 제형이 개발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판매가 내년에 시작되는 데 따른 로열티 수입 확대 기대가 반영된 전망치다. 키트루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이다.
다만 앞서 알테오젠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알테오젠과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할로자임이 제기한 키트루다 SC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독일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을 제외하고 내년 매출액 증가율 컨센서스가 가장 높은 종목을 게임 개발사인 펄어비스다. 올해보다 89.03% 증가할 전망이다. 기대를 모은 신작게임 ‘붉은사막’이 내년 3월20일 출시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영업이익률 컨센서스와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 컨센서스는 각각 27.76%와 23.42%로, 추려진 종목 중 중간 수준이다. 수년간 준비한 대작 게임인 붉은사막 출시 전후의 마케팅비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영업이익률 컨센서스는 SK하이닉스가 54.65%로 알테오젠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엔비디아로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최신 세대 공급을 주도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