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이영철 장학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학교 명물로 꼽히는 '영철버거'를 25년간 운영해온 고(故) 이영철 씨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를 방문한 뒤 "고인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고인은 수십 년간 고려대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매년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쁘게 내놓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인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천 원 햄버거’를 처음 선보였고 물가 상승 속에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현재 고려대가 매일 학생 2000명에게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밥’의 뿌리 역시 ‘천 원 햄버거’ 정신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고인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조성하는 등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겠다”며 “고인의 숭고하고 따뜻한 정신은 고려대 공동체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장학금 조성 외에도 유족을 위해 장례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안암캠퍼스 내에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념패를 설치할 예정이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영철버거’를 고려대 명물로 키워낸 고인은 폐암 투병 끝에 전날 향년 57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2000년 고려대 앞에서 손수레 노점상으로 1000원짜리 햄버거 장사를 시작해 한때 전국에 수십 곳의 가맹점을 둘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햄버거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매년 2000만 원을 학교에 기부해 왔다.
고인의 가게는 2015년 재정난으로 한 차례 문을 닫았으나 고려대 학생 2500여 명이 크라우드펀딩으로 6800여만 원을 모아 재개업하기도 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