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7년째 이어온 사립대 등록금 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다.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가 예산을 배분하고, 대학이 해당 재원을 등록금 지원에 쓰는 것이 Ⅱ유형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사립대 실질 등록금은 2011년 885만2000원에서 2023년 685만9000원으로 22.5% 감소했다. 주요 사립대의 재정 형편이 해마다 악화한 배경이다. 국내 사립대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0%에 이른다. 대학 실험 시설이 고등학교 과학실만 못하고, 한 번에 수백 명이 듣는 대형 강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재정난 여파로 볼 수 있다. 물론 대학의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에서 내년부터 1.2배로 제한되는 만큼 교육부가 등록금 규제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규제 완화로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등록금에 손을 대지 못하던 사립대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등록금 규제 완화만으론 부족하다. 현재 사립대는 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과포화 상태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은 매년 줄고 있지만 한계 대학의 퇴출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학교 청산 후 남은 재산이 정관에서 지정한 다른 학교법인에 귀속된다는 규정 등이 재단 청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통과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에는 잔여 재산의 15% 이내를 설립자 등에게 해산 정리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싼 등록금을 강요하고, 설립자의 ‘먹튀’가 우려스럽다며 법인 청산을 막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다. 이런 식으론 대학 경쟁력 향상과 구조 개혁을 유도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의 교육 접근성 등을 감안해 정부가 국공립대를 통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사립대는 시장 자율 경쟁에 맡기는 게 근본 해법이다. 해외 주요국은 사립대 경영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대학 교육을 보편적 복지로 간주하는 나라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길러지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