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국부펀드’의 최대 과제로는 재원이 지적된다. 우리나라가 국부펀드에 투입할 수 있는 초기 재원이 10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초기 재원으로는 상속세 물납 제도를 통해 정부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과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 8월 기준 정부가 보유한 물납주식은 6조8000억원어치다. 2019~2024년 공기업 배당금은 총 10조9524억원으로 연평균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물납주식과 공기업 배당금을 모두 신설 국부펀드에 투입해도 초기 재원은 8조6000억원(약 58억달러)에 그친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2조441억달러,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1조1287억달러를 운용한다. 해외 국부펀드 가운데 운용 규모가 1조달러를 넘는 곳만 5곳에 달한다. 2276억달러를 굴리는 한국투자공사(KIC)도 국부펀드 시장에서 순위는 17위에 그치는데 한국형 국부펀드의 초기 종잣돈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운용 규모를 키우기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펀드와 합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두 펀드의 성격이 달라 무산됐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싱가포르 테마섹처럼 작은 규모로 일단 출범시킨 뒤 재원을 불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만한 수단이 마땅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부펀드 분석기관 글로벌SWF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세계 국부펀드들은 전체 운용자산의 51%를 석유, 가스, 구리, 다이아몬드 등 원자재 판매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마련한다. 나머지도 대부분 재정 흑자나 외환보유액, 정부 보유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조달한다. 확실한 재원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자원도, 나라 곳간 사정도 여의치 않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8.1%(본예산 기준)에서 2029년 58%로 치솟을 전망이다. 물납주식 및 공공기관 배당금 외에 재원을 확보할 방법으로 국가채권 발행이 있지만, 모두 미래 세대의 빚으로 돌아온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채 발행으로 중장기 투자금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초기 재원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해선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