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톡 개발자 사칭…100억 챙긴 유령업체 CEO

입력 2025-12-14 18:17
수정 2025-12-15 00:28
KAIST 출신의 카카오톡 공동 개발자 경력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유령업체 비상장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수억원짜리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등 재력가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유령업체 오렌지쇼크 대표 A씨(42)를 수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최근 사건을 이첩받았다. A씨는 2019년 8월께 오렌지쇼크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 50여 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허위 사실을 내세워 ‘곧 상장 예정이니 미리 투자하라’며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KAIST를 졸업하고 카카오톡 개발자로 일한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것처럼 자신을 허위 포장했다. 자신이 카카오프렌즈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으며 상장 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2022년 9월까지 투자자들에게 오렌지쇼크 주식을 팔았다.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54명으로 피해액은 약 42억원에 달한다. 검찰 등은 추가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상장 실패 시 회사가 주식을 되사주겠다”며 투자자를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공범 8명을 모집했고 전문가 인터뷰 영상, 기업 제휴 현황표 등 기업설명회(IR) 자료를 허위로 제작·배포했다. A씨는 국내 곳곳에 영업지사를 두고 전화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문어발식 영업망을 구축했다. 일감을 따온 공범에게는 수수료를 챙겨주는 식으로 범행 규모를 키웠다. 오렌지쇼크는 폐업 상태다.

A씨는 유명 아이돌 가수 등과 친분을 과시하거나 수억원 상당의 애스턴 마틴 등 고급 외제 차를 자랑하며 ‘성공한 청년 CEO’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남동 고급 빌라인 유엔빌리지에 사무실을 차리고 법조인 등 명망이 높은 인사를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여성 성폭행 혐의로도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기웅 법무법인 정솔 고문위원은 “전형적인 폰지 구조의 비상장 주식 사기에 속지 않으려면 투자자는 반드시 공시·감사보고서 등 실체적 자료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