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초청으로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성탄절 만찬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현 정부 최고 실세들과 직접 교류하며 대미 네트워크를 과시했다.
1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현지시간 12일 저녁 미국 워싱턴 D.C. 밴스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팔란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빅테크 업계의 거물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번 회동은 정 회장이 공들여온 트럼프 가(家) 및 측근 그룹과의 네트워크가 가동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트럼프 주니어와 미국에서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지난 4월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직접 만찬을 주재하며 친분을 다졌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주니어와의 이러한 교류가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보수 진영의 이너서클인 록브리지 네트워크 참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록브리지 네트워크는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 등이 주축이 된 후원 모임이자 싱크탱크다. 정 회장은 현재 록브리지 네트워크의 아시아 총괄 회장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주니어와의 신뢰 관계를 지렛대 삼아 밴스 부통령 등 미 정부 핵심부와 접촉면을 넓혀왔다.
정 회장은 이날 만찬에 앞서 백악관을 방문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정책실장과 면담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AI(인공지능)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로, 밴스 부통령과 같은 ‘피터 틸 사단’ 출신이다.
정 회장은 크라치오스 실장과 미국 상무부가 추진 중인 ‘미국 AI 수출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미국의 첨단 AI 기술을 도입해 유통 시스템을 고도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날 만찬에는 록브리지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한 크리스토퍼 버스커크 1789 캐피탈 최고운용책임자(CIO)도 참석해 정 회장과의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버스커크 CIO는 내달 방한해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 이사진과 만날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