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李 인천공항 사장 공개 질책에 "이게 대통령 품격인가"

입력 2025-12-13 10:12
수정 2025-12-13 10:13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 질책한 데 대해 "과연 일국의 대통령이 보여야 할 품격과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13일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쌍욕을 입에 담던 시절의 저급함과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 출신 이 사장을 향한 대통령의 질책은 국정 점검이라기보다 '공개적 모욕 주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생중계되는 공식 업무보고에서 쏟아낸 발언들은 하나같이 가관이다. 이런 언사가 과연 일국의 대통령이 보여야 할 품격과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본인은 불과 며칠 전, 외신기자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문제를 묻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중대한 현안에는 무지하면서, 전임 정부 인사에게는 막말에 가까운 질책을 쏟아내는 모습은 뻔뻔함을 넘어 '오만방자'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한 언사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리더십이 아니다. 또한, 국정 능력을 증명하는 척도도 아닐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유능하게 만들지도 않는다"며 "전임 정부 인사 몰아내기에 앞서 민생과 국가 현안을 책임 있게 해결하는 국정 운영 능력부터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을 업무 파악 부실을 이유로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의 질책은 이 사장에게 외화 불법 반출 단속 관련 업무를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1만 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질문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세관에 넘겼다" 등 핵심을 짚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해보라"며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사장이 재차 다른 설명을 시도하자 이 대통령은 말을 끊고 굳은 표정으로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요"라고 공개 질책했다. 옆에 있던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얘기하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이 사장은 결국 "그건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협의해보라는 지시에도 이 사장이 바로 답하지 못하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세요?"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의 임명 시기와 임기를 따지듯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 임명, 3년 임기'임을 답하자 이 대통령은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못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질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진척도를 물었을 때도, 이 사장이 "수도 공항(카이로 공항)은 실무적 진척이 없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 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며 "에휴 됐습니다"라며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3년 6월 임명된 이 사장은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캠프'에서 정무특보도 지낸 바 있어, 이 대통령의 이번 공개 질책은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로 해석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