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일본 가려고 했는데…"그만 오라는 건가" 돌변한 이유 [트래블톡]

입력 2025-12-13 12:48
수정 2025-12-13 14:12

연말 특수를 노리던 국내 여행 시장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근 일본 북부 해역에서 규모 7.5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망언까지 나왔다. 여름철 성수기보다 오히려 최근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예상밖 변수'가 잇따르면서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은 미국 달러 강세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환율 영향이 비교적 적은 단거리 지역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인 데다 일본과의 갈등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줄어드는 데 따라 한국이 방일시장 1위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국내 주요 여행사의 연말 여행 예약률도 일본이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하나투어의 연말 일본 패키지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특히 주요 관광 도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는 100%에 달한다. 교원투어의 동계 시즌(12월~1월) 예약에서 일본 비중은 22.2%로 1위다. 자유여행 상품 예약률 역시 45.5%로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일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일본 여행 취소가 이어진 것도 한국인 여행객의 일본 선호도 증가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관광객 감소가 오히려 한국인 관광객 관점에선 더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번째 변수는 지진이다. 지난 8일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규모 7.5 지진이 발생한 게 컸다. 앞서 난카이 해곡 임시정보(대지진 우려)발표와 일본 만화로 촉발된 대지진설 논란에도 일본여행 수요는 견고했지만, 현지에서 지진 여파로 규모 7~8 정도의 여진 가능성이 공식 경고로 나오면서 다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2년 12월 도입된 후발지진 주의정보 제도가 이번 지진으로 처음 발령됐다. 기간은 오는 16일 오전 0시 까지지만 이후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당부가 나왔다.


두 번째 변수는 반일 심리 자극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다시 펼쳤다. 지난 9일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조에 속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라고 언급했다.

누리꾼들은 "이렇게 해도 일본 놀러 가는 한국이니 만만하게 보는 거다"라거나 "일본 관광 그만 오라는 메시지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상품 불매 '노재팬' 운동 당시 일본 여행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오사카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두 가지 변수에 당장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앞선 지진 경보에도 여행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은 없었다"면서도 "현재 일본 내에서도 지진의 추가 발생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실제로 추가 지진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에 달러권 국가 여행수요는 주춤했지만 영향이 비교적 적은 일본은 이번 연말 수요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숙박세, 출국세 등 각종 관광세 인상 소식에도 몰리는 만큼 정치적 이슈가 이전처럼 크지 않은 이상 당장 수요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