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부터 멜라토닌까지…'숙면' 위해 돈 쓰는 이유

입력 2025-12-12 07:44
수정 2025-12-12 07:45


질 좋은 수면을 위해 잠옷과 침구류뿐 아니라 멜라토닌 등 보조식품까지 인기를 모으면서 관련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11억달러(약 29조원)였으며, 2032년까지 952억달러(약 130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8시간 27분보다 30분 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 수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13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수면 장애 환자수는 130만8383명이었다. 2020년 103만7396명 대비 약 26%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숙면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스파오의 지난 1~11월 스파오 파자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2009년 스파오 브랜드 론칭 이후 현재까지 판매된 파자마는 720만 장에 이른다. 여성 란제리 브랜드 에블린도 지난 10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홈웨어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55% 늘었다.

수면을 돕는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올리브영은 수면을 돕는 성분인 멜라토닌이 함유된 콜라겐, 구미젤리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올리브영에서 취급한 멜라토닌 관련 상품 수는 올해 1월 대비 6배 늘었다. 합성 멜라토닌은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멜라토닌 성분을 활용한 상품은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열 수면 안대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로마 용품, 슬리핑 오일 등도 인기다. 고가의 고급 침구류 역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으로 연 20% 이상씩 성장했고, 앞으로도 고도 성장이 점쳐진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까지 수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에어컨 신제품에 '굿슬립' 모드를 추가했다. 갤럭시 워치, 갤럭시 링과 연동해 사용자의 수면이 감지되면 에어컨을 자동으로 작동시키고 온도를 조절해준다. 또 기상 알람 시간에 맞춰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에어컨 운전이 자동 종료된다.

LG전자도 수면과 스트레스 케어를 위한 전신형 안마의자 등을 내놨다.

현대건설은 에이슬립 수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주거 공간 전체를 스마트하게 제어하는 '헤이, 슬립(Hey, Sleep)'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온도·습도·공기 질·조명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AI를 이용한 수면 패턴 분석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잠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에이슬립 앱 '슬립 루틴'은 잠잘 때 호흡 소리를 분석해 수면을 진단해준다.

텐마인즈 'AI 모션필로우'는 베개 높이를 조절해 숙면을 돕는다. 음향 센서를 통해 수면 중 코골이 소리를 감지하면 베개의 에어백이 자동으로 부푼다. 천천히 부풀어 오른 에어백은 머리를 부드럽게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기도 공간을 확보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