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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같은 고객사 맞춤형 인공지능(AI) 가속기를 제작하는 브로드컴이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크게 웃도는 2025회계연도 4분기(2025년 8~10월) 실적을 공개했다. 100조원 넘는 수주 잔액, AI 반도체 매출 두 배 이상 증가 등 AI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수치도 내놨다.
그런데도 브로드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오픈AI에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주 잔액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AI 거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브로드컴은 11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80억15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95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2%, EPS는 37.3% 급증했다. 매출과 EPS 모두 컨센서스(매출 174억7000만달러, EPS 1.87달러)를 웃돌았다.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커스틴 스피어스 브로드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향후 18개월간 출하할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주 잔액은 730억달러(약 108조원)”라며 “주문은 더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AI 반도체 매출 전망치에 대해 지 유 브로드컴 기업설명(IR) 헤드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한 82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모델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의 TPU 주문은 4분기에 110억달러 추가돼 총 210억달러로 불었다.
AI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수치지만 브로드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47% 하락했다. 가장 큰 원인은 오픈AI와 함께하기로 한 10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와 관련해 브로드컴 스스로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주 잔액이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이다. 스피어스 CFO는 “10GW 프로젝트에 관한 건 ‘방향성’의 합의”라며 “오픈AI 매출은 2026년이 아니라 2027~2029년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이 AI 반도체를 넘어 ‘서버 랙’(반도체, 네트워크 스위치, 광학 부품 등을 조합해 만든 서버 부품) 단위로 제품을 판매하기로 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힌 것도 실망감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