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에 발맞춰 전방위적인 친환경 경영에 나섰다. 하드웨어인 항공기 교체부터 소프트웨어인 서비스 용품 개선, 차세대 연료 도입까지 '지속가능한 비행'을 위한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름 덜 먹는 비행기 띄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신형기 도입과 운항 절차 개선 등 구체적인 탄소 저감 성과를 공개했다. 핵심은 고효율 항공기 도입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787-10, 에어버스 A350 등 최신 기재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이들 기종은 기존 항공기 대비 좌석당 연료 소모율이 20~25% 개선돼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소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보잉 737-8, A220-300 등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가장 엄격한 소음 기준인 '챕터 14'를 충족하는 기종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연료 관리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2004년부터 전담 조직을 운영해 온 대한항공은 지난해 차세대 연료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운항관리사가 최적의 항로를 선정하고, 정비사는 엔진 물 세척으로 효율을 높이며, 화물 담당은 탑재 중량을 정밀 예측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는 식이다. 전사적 협업 결과 대한항공은 올해 총 14만3111톤의 연료를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기내 카펫 무게 줄이고, 폐유니폼은 파우치로
항공기 무게는 연비와 직결된다. 대한항공은 기내 카펫을 경량 신소재로 전면 교체했다. 보잉 777-300ER 기준 대당 약 200㎏의 무게를 덜어냈다. 지상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121억원을 투입해 노후된 도장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이를 통해 대기 오염 물질인 총 탄화수소(THC) 배출 농도를 기존 40ppm대에서 13~15ppm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기내 서비스 용품에서는 '플라스틱 퇴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부터 단거리 노선 일반석 기내식 용기를 비목재 펄프 소재로, 커틀러리를 대나무 재질로 교체한다. 이를 통해 연간 탄소 배출량을 60%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버려지는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도 눈길을 끈다. 수명을 다한 항공기 동체로 한정판 네임택을 만들고, 낡은 정비복과 승무원 유니폼은 각각 공구 파우치와 약 파우치로 재탄생시켰다.
SAF 선점하고 몽골에 숲 조성… 미래 투자
항공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2017년 국내 최초로 SAF 혼합 운항을 시작한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하네다 등 상용 노선에도 국산 SAF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삼성E&A와 'K-SAF 동맹'을 맺고 미국 현지 생산 공급망 구축에도 참여하며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숲 조성 활동도 22년째 이어오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바가노르구에 조성한 '대한항공 숲'은 여의도 공원 2배 면적(44ha)에 달하며 사막화 방지 방풍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ESG 경영의 환경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탈탄소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