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오토바이 '출근족' 필수템 등극…매출 40배 터진 'K패션'

입력 2025-12-13 07:57
수정 2025-12-13 08:13


"더운 나라 베트남에서 니트 가디건을 판다고?"

이랜드의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월매출을 40배 끌어올렸다. 현지 오토바이 출근족의 생활패턴과 습한 겨울 날씨를 겨냥한 상품 전략이 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후아유 베트남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달 15억원을 돌파했다.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한 지난해 8월 매출(4000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3개월 만에 3650% 급증했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온라인몰과 SNS 마케팅만으로 일궈낸 성과다. 후아유 관계자는 "올해 연간 매출은 6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도 목표는 100억원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틈새시장 공략이 있었다. 유니클로·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장악한 가성비 시장과 고가 브랜드 사이의 공백을 정확히 포착, '트렌디한 캐주얼'로 승부를 걸었다.

특히 베트남 북부 하노이의 겨울은 영상 10도 안팎이지만 높은 습도와 오토바이 중심의 생활환경 탓에 체감 추위가 심하다. 후아유는 이 점에 주목해 케이블 가디건과 경량 아우터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결과는 적중했다. 곰 캐릭터 '스티브' 자수가 박힌 가디건은 "폴로 감성이지만 가격은 6분의 1"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현지 MZ세대 사이에서 필수템으로 등극했다. 단일 품목으로만 1만 장이 완판됐고, 지난달 블랙프라이데이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4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났다.


빠른 기획·공급 역량도 성장에 한몫했다. 후아유는 초기에는 한국 물류센터를 거쳐 제품을 공급했지만, 수요가 폭증하자 베트남으로 바로 물량을 투입하는 직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획-생산-판매’ 리드타임을 대폭 줄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베트남 소비 시장이 단순한 가성비 중심에서 브랜드 정체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가심비 시장으로 전환 중"이라며 "이번 성공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향후 이랜드의 다른 브랜드들도 현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