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Fragment -->최근 서울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입주를 앞둔 강남권 아파트 단지 임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좌표 찍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소셜믹스(단지 내 분양·임대 혼합 배치) 정책을 의무화했지만, 차별의 시선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1년부터 소셜믹스 정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배치하는 정책입니다. 과거에는 한 단지 내에 임대주택만 있는 동을 별도로 뒀지만, 단지 내에서 임대주택 거주자의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막거나 별도 출입문을 설치해 분양 가구와 같은 문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임대 세대를 차별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모든 동·층에 고루 섞도록 했습니다. 임대주택이 여러 동·층에 분산됐지만,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단지 배치표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지역 단톡방 등에서 공유됐는데, 해당 배치표에는 조합원 물량과 임대 물량, 분양, 보류지 등이 색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단지 배치표 공개가 불법은 아니지만, 배치표를 통해 몇동 몇호가 임대 세대인지 특정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배치표를 바탕으로 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일부 동을 '임대동'이라고 지목하거나 고층 임대주택을 두고는 '비싼 돈 내고 들어간 분양 가구보다 임대가 상전'이라는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입주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임대 세대에 대한 차별의 씨앗이 심어진 셈입니다.
1865가구 규모로 내년 1월 입주가 예정된 해당 단지에서는 198가구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됩니다. 이들 중 일부 물량은 이달 서울시의 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인 미리내집으로 입주 예정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임대주택인 만큼 시세보다 30%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그렇더라도 만만치는 않은 금액입니다. 잠실르엘 전용 59㎡ 미리내집 전세금은 8억4240만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단톡방 등에서는 '민도가 떨어진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프리미엄 단지에 저소득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생활이나 문화 수준 등 '균질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시선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도 임대주택 규모와 배치는 논란거리가 되곤 합니다.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한강뷰 임대주택' 논란이 있었습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이 임대주택을 저층·비선호동에 배치하자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소셜믹스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업 자체를 보류했습니다. 잠실주공5단지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해 임대주택 배치를 변경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습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도 조합원들이 '한강뷰 임대주택'에 반발하며 조합장을 해임하는 사건이 지난달 벌어졌습니다. 조합장이 모든 조합원의 한강뷰 배치를 약속했지만, 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에 기부채납되는 전용 59㎡ 16가구는 한강 변으로 배치되고 일부 조합원 가구는 비 한강뷰로 바뀌게 된 탓입니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물량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단지에서 입주민들끼리 자가 주택인지 전세이거나 임대인지 등을 따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고가 단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에 서울시의 소셜믹스도 쉽사리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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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