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국채 매입한다는 Fed "양적완화 아니다"…시장선 "미니 양적완화"

입력 2025-12-11 18:04
수정 2025-12-1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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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단기 국채 매입 계획을 내놨다.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처방이다. Fed는 다만 시장에 유동성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양적완화(QE)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니 QE’라는 평가도 나온다.

Fed는 이날 ‘지급준비금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12일부터 만기 4주~1년짜리 재무부 단기 국채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초기 매입 규모는 첫 달 기준 약 400억달러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에 비해 단기자금시장 금리는 계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지급준비금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을 고려할 때 지급준비금 잔액이 ‘충분한’ 수준 아래로 하락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뉴욕연방은행에 따르면 통상 연방소득세 납부로 유동성이 감소하는 내년 4월까지 향후 몇 달간은 국채 매입 속도가 빠르게 유지될 예정이다.

Fed 일부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초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정책금리 범위에서 반복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우려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에서는 Fed가 이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실제 발표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빨랐고 규모도 컸다”고 전했다. TD증권의 경우 발표 시점은 1월, 매입 규모는 150~200억달러로 예상했고, 에버코어ISI도 규모를 월 200억달러로 추정했다.

파월 의장은 이 조치가 지급준비금 관리 목적일 뿐 QE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와는 별개며, 통화정책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이 조치가 2019년 레포 발작 이후 Fed의 대응과 닮았다고 봤다. 2019년 9월 당시 연방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 기업의 분기 말 법인세 납부로 현금 수요가 폭증하자 레포 금리는 연 2%대에서 10%까지 뛰었다. Fed는 레포 시장에 적극 개입해 5000억달러의 현금을 살포했다.

이번 단기 국채 매입을 ‘사실상 유동성 공급’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벼운 양적완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이번 단기 국채 매입은 Fed가 지난 1일 시장에 보유 채권을 내다 파는 양적긴축(QT)을 종료한 지 열흘 만에 나온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설명을 인용해 “이번 매입 속도는 Fed가 보유한 주택저당증권(MBS)의 축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며 “시장에 유동성 주입이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