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성별 안따진다…사장단에 외국인만 6명

입력 2025-12-11 18:03
수정 2025-12-12 02:08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회의는 대부분 영어로 진행합니다. 운영 시스템은 물론 조직 문화도 하나둘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고 있습니다.”

11일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R&D) 부문 새 수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R&D본부 차량개발담당(부사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에 그룹 관계자는 “외국인이 C레벨로 선임된 건 현대차그룹에선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뒤 보고 방식부터 회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업무 시스템 전반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C레벨 임원 가운데 외국인은 무뇨스 CEO와 하러 부사장을 포함해 6명에 달한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본부장(CDO·사장)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OO), 브라이언 라토프 현대차·기아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사장),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외국인을 대거 등용한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철학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국적, 성별, 학력, 나이와 관계없이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경영진은 국내 기업 문화에 어두울 수 있지만 오히려 국내 네트워크가 없는 게 투명 경영과 글로벌 스탠더드 실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 사장을 맡았을 때 피터 슈라이어 폭스바겐 디자인총괄을 영입해 K5, K7 등 ‘K 시리즈’로 디자인 혁신에 성공한 이후 능력이 있으면 외국인에게도 중책을 맡기는 인사를 시작했다.

외국인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면서 한국 대기업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수직적 조직문화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남성 위주였던 현대차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22년 9.1%에서 지난해 11.7%로 높아졌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국내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율을 15%, 해외 사업장은 27%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신정은/김보형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