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R&D본부 차량개발담당(부사장·사진)을 내정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한 데 이은 파격 인사다. “실력만 있으면 국적, 성별, 나이를 따지지 않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실력 우선주의’ 원칙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래차 연구조직 수장을 바꾸는 등 ‘R&D 투톱’을 동시 교체한 만큼 R&D 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현대차·기아 R&D본부에 따르면 양희원 R&D본부장(사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주요 임원에게 퇴임 소식을 전했다. 후임으로는 하러 부사장이 내정됐다. 하러 부사장은 이르면 16일 사장으로 승진해 1만여 명의 연구원을 이끌며 신차 개발과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장으로 정식 임명된다.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하러 부사장은 독일 출신으로 25년간 아우디, BMW, 포르쉐 등에서 섀시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다. ‘애플카’(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잘 아는 만큼 현대차그룹 R&D의 양대 축인 R&D본부와 첨단차플랫폼(AVP)본부 간 장벽을 깨고, 자율주행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프로젝트를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하러 부사장이 R&D본부와 AVP본부를 총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러 부사장이 임명되면 현대차는 CEO와 R&D, 디자인(루크 동커볼케 글로벌디자인본부장·사장) 등 핵심 조직을 외국인이 이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이라는 위상에 맞게 검증된 글로벌 인재들을 핵심 자리에 앉힌 것”이라며 “현대차가 불을 지핀 실력주의 인사가 재계 전반에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길성/신정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