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장관 “탄소중립이 곧 돈 되는 기회...재생E 단가 낮추겠다”

입력 2025-12-11 18:09
수정 2025-12-12 10:25
[한경ESG]



“탄소중립이 곧 ‘경제’이자 ‘돈’이 되는 기회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기조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하며 현재 정부가 펼치는 탄소중립 정책의 청사진을 펼쳤다.

한국은 2035년까지 2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 장관은 에너지 전환을 통해 화석연료 수입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2024년 기준 238조 원)을 대체하여 국내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 장관은 새 정부의 주요 정책 틀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의 대체를 제시했다. 김 장관은 특히 “태양광 발전 단가를 2040년까지 80원/kWh, 육상풍력은 150원/kWh, 해상풍력은 250원/kWh 수준으로 낮추어 전기료 상승 걱정을 덜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녹색 분야 산업(재생에너지, ESS, 배터리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태양광, 해상풍력, 배터리 ESS, 고압직류송전(HVDC)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정부 발주와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특히 해상풍력 하부기자재를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며 대폭 늘리기로 약속하고, 배터리 종주국으로서 배터리 사업의 선순환 및 전력기자재 사업도 중요하게 보았다.

이어 장관은 “제주도에서 시작하는 '탈탄소 녹색문명 실험'을 통해 2035년까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문명의 섬'을 만들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대한민국 전체가 세계에서 가장 녹색 문명이 실현되는 현실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년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국제 규제가 세팅되어 왔으나, 최근 국제사회 기류가 변화하며 기후 규제가 다소 약화되고 녹색 투자 증가세가 감소하는 현실을 진단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생존과 동시에 저탄소 요구를 받고 있으며, 한국은 2035년 NDC를 53~61%로 발표하며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최 회장은 “일본이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정책을 통해 성장, 탈탄소, 에너지 안보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기술 중심의 통합적 방법론이 필요하며, 한일 양국이 GX 전략을 공동 설계해 아시아 GX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 역시 “기후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에너지 가격 변동을 초래하는 지금 탄소중립 정책은 기업의 생존전략이자 국가의 핵심 의제”라며 “산업계는 저탄소 전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테크의 선제적 투자와 활성화가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핵심 전략임을 강조했다.



탄소 규제 현실화, 기업의 고민 커져

이번 세미나는 변화하는 국제사회 기류와 도전적인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목표 속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통합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강화된 2035 NDC를 마주한 기업들의 세 가지 고민을 짚었다. △감축 기술의 비용 허들 △수출 시 공급망의 강력한 저탄소 요구 △미국과 EU의 기후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해석이다.

김 소장은 EU의 정책 변화는 목표 후퇴가 아닌 규제 이행의 현실화에 방점을 둔 것이며, 미국 연방정부의 기후 정책 철회 시도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나 뉴욕 주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기후 공시 의무화 움직임이 있어 결국 상당수 대기업이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정책과 시장의 흐름이 엇갈리는 상황으로, 기업들은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고 경쟁성 있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재원 마련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좌장으로 나서 네 가지 질문을 꼽았다. 이는 △ 글로벌 기후변화 탈탄소 정책의 변화 △2035 NDC 목표의 적절성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에 바라는 점 △산업계의 대응 전략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이 산업기반 와해를 겪으며 CBAM 등을 꺼낸 선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NDC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의 막대한 투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더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저탄소 제품에 대한 그린 프리미엄을 수용하는 사회적 제도와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며, 정치 지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목표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한국의 NDC 목표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대규모 전환에 필요한 재원(전기요금 인상, 세금, 부채 등)의 문제와 송전망, 비축 시설(장주기 ESS) 등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과 재생에너지 외에 유연자원(가스발전소, 배터리)이 30% 정도 확보되어야 전력 믹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전기요금은 인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차세대 혁신개발 6가지 기술을 발표했는데 기대가 크다”라며 “정부가 이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국산화 기술을 개발하고 가격을 안정화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벽은? 규제와 금융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도 “탄소중립은 규제가 아니라 다음 산업혁명”이라고 강조하며 규제에서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국가 기후테크 산업육성 로드맵이 필요하며, 기술과 시장 기반의 선도전략을 꾸려가야 한다고 시사했다.

정 교수는 임팩트·비용·시간(ICT) 기반 기후테크 우선순위 결정 프레임워크를 선보였다. 그는 “기후테크 포트폴리오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재정렬해야 한다”라며 “특히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수요·자본·제도·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 금융, 지자체 및 학계가 함께 움직이는 기후테크 얼라이언스를 제언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좌장으로 나선 정수종 교수는 기후테크 기업의 현재 어려움을 묻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이철환 빈센 대표는 해양수산부의 수소연료전지 인증을 받았음에도, 기존 법과 규정에 막혀 산업부 가스안전공사 승인을 받지 못해 ‘불법 기업’이 될 처지에 놓이거나 신용등급 문제로 국가 프로젝트 입찰 시 보증서 발급이 안 되는 등 기존 산업의 틀에 따른 규제로 진입이 어려운 문제를 토로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파괴적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상황과 함께, 국민 참여형 판정 트랙과 같은 새로운 시도 및 CVC(기업형 벤처 캐피탈) 등을 통한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은 기후 스타트업들이 투자보다는 여신(대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강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20조 원 규모의 녹색금융 자금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녹색금융공사 설립 등을 통한 블렌디드 파이낸스(혼합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혁신적인 기후테크의 성장을 위해 정부가 안전성 유해성 검사 등을 모두 책임지는 현재의 규제 틀(포지티브 규제)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정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강화하여 기술, 금융, 산업이 연계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의 제조업 강점을 활용해 탈탄소 기술 육성에 있어 무엇보다도 수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